골프장에서 다져지는 우정

by Chong Sook Lee


좋은 아침이다.

어제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먼 거리를 달려오느라 피곤했는지 호텔방에 오자마자 피곤해서 곯아떨어져 한 번도 깨지 않고 잘 자고 일어났다. B.C 주에 난 대형산불로 연기가 자욱하고 공기질이 안 좋다는 뉴스가 뜬다. 비가 한바탕 쏟아져 연기를 깨끗이 청소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하늘이 낮게 내려앉아 흐리더니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진다. 지나가는 비지만 골프 예약을 해 놓은 친구들은 별로 반가운 소식은 아니기에 기다려본다. 같이 온 친구들과 맛있는 아침을 배부르게 먹으며 담소하는 게 참으로 오랜만이다.


코로나로 여행을 하지 못하고, 친구들도 만나지 못했는데 이렇게 만나서 웃고 떠드는 시간이 참 좋다. 멋진 콘도가 친구네 호텔 옆에 있고 골프장이 가까이에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호텔을 새로 지어 깨끗하고 이름 있는 프랜차이즈 이기 때문에 주말에는 방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휴가로 며칠씩 묶는 사람이 있고 지나가다 하룻밤 묵고 가는 사람도 많다. 오고 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하루가 시작된다. 지나가는 비라고 하는데 빗방울이 제법 굵어서 거리가 금방 젖는다. 비가 계속 오면 다른 놀이를 찾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관광지라서 놀거리는 많다. 포도주 공장을 비롯해서 줄을 타고 공중을 나는 집라인도 있으니 걱정 없다.


어쨌든 날씨는 인생과 같아 힘들다고 거부할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기쁘게 받아들이면 힘든 시간도 지나간다. 비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지만 골프 예약을 해 놓았기 때문에 골프장으로 향한다. 차 유리창을 때리고 내리는 비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데 워낙에 큰 나라기 때문에 가는 곳에는 비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며 도착한 골프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후 1시쯤에 비가 그칠 거라고 하는 말을 듣고 쇼핑을 하고 점심을 먹으며 기다리는데 12시 반이 조금 넘자 거짓말같이 비가 그쳤다. 남편과 함께 골프카트를 타고 필드로 향한다.


블랙 마운틴 골프장이다.

산을 깎아 만든 골프장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하여 까딱하면 사고가 날 정도로 경사진 곳도 많다. 비 온 끝이라 잔디가 젖었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경고를 해서 천천히 라운딩을 시작한다. 물론 나는 골프를 치지 않고 남편과 카트를 타고 골프장을 구경하며 간다. 지난번, 쿠바와 멕시코에 갔을 때, 칠 줄 모르는 골프를 치며 힘들어했는데 구경꾼이 되니 참 좋다. 남들이 잘하면 손뼉 치고 안되면 응원하며 한 홀씩 가는 길이 좋다. 열심히 치고 안되면 다음 홀을 기대한다. 작은 공 하나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제멋대로다.


천방지축 어린애가 겁 없이 뛰어다니듯이 잘 될 거라는 기대를 뒤엎고 기대 이상으로 구멍에 잘 들어가기도 한다. 잘되는 것 같다가 공이 물에 빠져서 공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공이 모래에 들어가서 힘들게 공을 꺼내기도 하면서 앞으로 간다. 뜻대로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과 너무나 닮았다. 욕심을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 안될 때도 있고 잘될 때도 있는 것이다. 마음먹은 대로 매번 잘되면 어쩌면 삶이 너무 지루할지도 모른다. 친구들이 골프를 치는 것을 보니 사람마다의 성격이 보인다. 성격이 급한 사람도 있고 참착하게 치는 사람도 있다. 농을 잘해서 웃음을 선사하는 친구도 있고 격려를 잘하는 사람도 있다. 잘되도, 안돼도, 서로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


농담을 하며 웃고 골프를 치는 사이에 어느새 마지막 홀에 도착했다. 골프를 치지 않고 구경만 했지만 재미있다. 꼭 인생의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된다. 구경꾼이 없는 선수는 외롭다.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하게 사는 게 삶이다. 남들이 치는 골프를 보고 배우다 보면 언젠가 나도 골프를 배우고 싶은 날이 오면 그때 하면 된다. 마지막 홀에서 골프채를 들고 기념으로 사진 한 장씩 찍으며 골프를 끝내고 식당을 향해 간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지난날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식당이 넓고 사람들이 꽉 차서 오래 기다려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고 나니 피로가 몰려온다. 시끄러운 음악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이 옆에 있어 행복하다.


삶은 지나가는 바람이고 쏟아지는 소나기다. 갑자기 옷이 젖을 수도 있고 머리가 헝클어져 눈을 가릴 수도 있다. 길을 가다 보면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살다 보면 구덩이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힘든 시간을 맞기도 한다. 오늘 좋다고 내일을 기약할 수도 없고, 오늘 괴롭다고 내일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인생은 순간을 사는 것이다. 웃고 울고 하다 보니 인생 후반전에 들어섰다. 앞으로 남은 날들은 지나간 시간처럼 나를 웃기고 울리며 위로하고 응원할 것이라 믿는다.


비가 와서 하지 못할 것 같던 골프를 잘 마무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호텔에 도착하여 잘 준비를 하는데 같이 온 친구들이 그냥 헤어지기 서운해서 한자리에 모여 맥주를 마신다. 오늘 즐거웠던 이야기를 하며 내일의 계획을 짜며 방으로 오는데 피곤이 몰려온다. 내일은 어떤 날이 될지 모르고 오늘의 막이 내리고 별빛이 쏟아지는 밤에 꿈길을 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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