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나는 앞으로도 잘 못 치는데. 나는 피아노를 배운 지는 오래되었지만 그렇게 잘 치지는 못해. 피아노 잘 치는 애들이 부러워.
나는 피아노를 배우지 않았어도 잘 치고 노래도 잘 불러.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노래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린다고 해.
그래? 그럼 너는 못하는 게 없구나? 나는 그림은 잘 그리지만 노래는 잘 못해. 무엇이든지 잘하는 네가 부러워.
너도 하면 잘할 수 있어. 나도 잘 못했는데 조금씩 하다 보니까 잘하게 되었어. 나하고 같이 그려보자.
너는 무엇을 그릴래? 나는 무지개를 그릴 거야.
응.. 나는 석양을 그려볼게.
그럼 우리 크레온으로 그림을 그려보자.
현이와 연이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연이는 하얀 도화지에 연분홍색으로 바탕색을 연하게 그리고 있는데 현이가 잘난 체를 하며 말한다.
너 그렇게 그리면 안 돼.
하늘은 분홍색이 아니고 파란색을 칠해야지.
아냐. 석양은 분홍색이야.
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림을 그린다고 하는구나?
세상은 여러 가지 색으로 어우러져 있어. 내가 본 석양은 하늘이 온통 빨갛게 물들어 있었어. 나는 내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릴테니까 내 걱정 말고 네 그림이나 잘 그려.
그림을 그려보지 않은 현이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하얀 도화지가 앞에 있는데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생각이 안 난다. 아까는 연이에게 무지개를 그리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무지개에 어떤 색이 들어 있는지 몰라서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열심히 색칠을 하고 있던 연이가 현이에게 묻는다.
현이야. 뭐 하고 있어? 너 무지개 그린다고 했잖아?
응, 알아. 곧 그릴 거야. 너나 빨리 그려.
그렇게 말은 했지만 현이는 하얀 도화지만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본 연이는 무지개 색깔의 크레용을 꺼내주며 현이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현이야. 먼저 빨간색부터 그리고 주황색을 그리면 쉬워. 그런 다음에 노란색과 초록색을 그리고 파란색과 남색과 보라색을 그리면 무지개가 되잖아.
나도 알아. 잠깐 쉬고 있다가 하려던 참이었어.
현이는 천천히 조금 전에 연이가 말한 대로 무지개를 그리기 시작한다. 빨간색부터 그리기 시작하여 보라색까지 그렸더니 그럴싸한 무지개가 그려진다.
현이야. 너무 멋있어. 너 정말 그림을 잘 그리는구나. 아까는 미안해. 네가 그리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도와주려고 했던 거야.
현이는 무지개를 그리고 연이는 석양을 그려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 본다
아냐. 괜찮아. 너와 같이 그림을 그려보니까 좋다.
우리 다음에는 피아노도 같이 치며 놀자.
그래. 지금 피아노를 쳐보자. 너 먼저 쳐봐.
난 잘 못 쳐. 너는 앞으로 뒤로 옆으로 눈을 감고도 피아노를 칠 수 있다고 했잖아.
정말이야. 하지만 너 먼저 쳐. 네가 얼마나 잘 치는지 보고 싶어.
그래. 나는 잘못 치는데 나 치는 것 보고 흉보지 마.
흉을 보다니? 나는 너와 노는 게 좋아.
연이가 피아노 앞에 앉아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는데 현이는 깜짝 놀란다. 피아노를 잘 못 친다는 연이의 실력은 상상외로 너무 잘 친다.
연이야. 너 정말 피아노를 잘 치는구나. 나는 네가 이렇게 피아노를 잘 치고 그림을 잘 그리는 줄 전혀 몰랐어.
나는 조금씩 배우고 연습하는 거야.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하다 보니까 재미있어 자꾸 연습해. 네 차례야. 현이야.
네가 너무 잘 치니까 내가 주눅이 들었어. 감히 네 앞에서 내 실력을 보여주기가 창피하구나.
아냐. 네가 얘기했잖아. 너는 눈을 감고도 피아노를 잘 친다고. 네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앞장서서 잘난 체하기 좋아 하지만 현이가 잘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피아노도 그림도 배운 적이 없는 현이는 남들이 깔보지 못하게 다 잘한다고 거짓 자랑을 한 것이다. 친구들은 모두 학원에 다니며 많은 것을 배우는데 현이는 가정 형편상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연이야. 솔직히 말하면 나는 피아노도 그림도 배운 적이 없어. 가난해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해서 무시할까 봐 잘난 체하고 큰소리친 거야. 너는 언제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니? 피아노를 잘 치는 네가 너무 부럽다.
그랬구나. 나는 네가 모든 것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웠어. 하지만 나는 노래를 못 불러. 너는 노래를 잘 부르지?
응. 노래는 배우지 않았지만 노래만큼은 자신 있어.
그럼 잘됐다 현이야. 내가 피아노를 치고 너는 노래를 부르면 멋질 거야.
그럴까? 그것 참 좋은 생각이구나. 노래를 좋아하지만 피아노 옆에서 부르는 것은 처음이야.
간단해. 우리 서로 눈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박자를 맞추어 노래하면 돼.
그래. 우리 한번 특별한 행사로 교실에서 작은 음악회를 하자. 친구들을 위한 깜짝 음악회를 하는 거야.
그동안 내가 너무 잘난 체하며 앞장서서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노래를 불러주며 사과를 하고 싶어.
그래. 그래. 그렇게 하자구나. 나도 우리 친구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아이들에게 음악회 소식을 알리고 우리 연습해 보자.
현이와 연이는 시간 있을 때마다 연습을 한다. 처음에는 박자가 틀려서 여러 번 하다 보니 이제는 잘한다. 현이와 연이는 음악회를 하루 앞두고 이야기한다.
현이야. 우리 이만하면 충분한 것 같아. 내일이 음악회 하는 날이야.
벌써 그렇게 되었네. 연습을 많이 했지만 친구들 앞에서 노래 부를 생각을 하니 약간 떨려.
떨 것 없어. 친구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전하는 거야.
네 말처럼 그동안 미안했고 앞으로 친하자고 말하는 거야.
그래. 맞아. 우리가 연습한 것을 최선을 다해 보여주자.
교실에서 급우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현이와 연이가 교실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박수로 환영한다.
안녕? 우리가 준비한 음악회에 와 주어서 고마워.
이 음악회는 현이의 의견으로 하게 된 거야. 현이가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현이야. 네 차례야.
안녕? 그동안 내가 너무 잘난 체를 해서 미안해. 앞으로 우리 잘 지내고 싶어. 그동안 연습을 했는데 예쁘게 봐줘. 연이가 피아노를 치고 나는 노래를 부를 거야.
와…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들린다.
연이는 피아노 앞에 앉고 현이는 마이크를 손에 쥔다.
연이가 치는 조용한 피아노 음률을 따라 현이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한 번도 노래를 배우지 않았어도 현이의 노래는 너무나 아름답고 완벽한 천상의 목소리다. 아이들은 연이의 피아노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현이를 바라본다. 언제나 앞장서서 잘난 체하기를 좋아하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아름답기만 하다.
아이들의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연이가 피아노를 저렇게 잘 치는 줄 몰랐어. 그러게. 나도 현이가 노래를 저렇게 잘하는 줄 몰랐어. 너무 멋지다.
교실은 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하고 피아노 소리와 노랫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윽고 음악회가 끝나자 친구들 모두 박수를 치며 일어나서 칭찬을 한다.
얘들아. 너희들 너무너무 잘했어.
언제 그렇게 연습을 했니?
난 네가 피아노를 잘 치는 줄 몰랐어.
난 네가 노래를 그렇게 잘하는 줄 몰랐어.
너희 둘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친구들아. 나의 미안한 마음을 노래로 받아줘서 고마워. 앞으로 너희들 모두를 존중하는 사람이 될게.
그래. 우리 서로 돕고 이해하는 친구가 되자.
친구들의 환송을 받으며 교실문을 열고 나가는 연이와 현이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