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렁이와 깜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두 마리가 한동네에서 산다. 매일 골목길에서 만나 어슬렁거리며 이집저집 기웃거리는 게 하루 일과다.
깜장이가 기지개를 길게 켜며 옆집에 사는 누렁이를 만나러 간다. 누렁이도 조금 전에 일어나서 눈곱을 떼며 세수를 하고 나오는데 깜장이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깜장아. 언제 왔어?
좀 전에 왔어. 너 오늘 특별하게 할 일 없니?
응. 뭐. 그날이 그날이지 특별하게 할 일은 없어.
그래? 그럼 잘 됐다. 우리 저 아래 계곡 옆에 수달이 사는 곳으로 가보자.
왜? 거긴 왜 가는데?
가보면 알아. 걱정 말고 나만 따라와.
누렁이와 깜장이는 동네 앞에 있는 숲으로 걸어간다. 하늘도 맑고 바람도 살랑살랑 부는 오후에 숲 속을 걷는 것은 참으로 기분 좋다.
오늘은 정말 날씨가 아주 좋다. 이 길을 따라가다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계곡이 나와.
알아. 우리 자주 가는 길이잖아. 그곳에는 수달도 사는데 지난번에는 겨울에 살집을 짓느라고 무척 바쁘더라.
그래? 너 언제 혼자 왔었니? 나는 뭐 하고 있었지?
지난번 네가 생쥐하고 옆집 잔치집에 놀러 갔을 때 나 혼자 심심해서 왔었는데 수달과는 눈인사만 했지.
그럼 잘 됐다. 오늘 만나서 수달과 함께 놀자. 어쩌면 오리들도 나왔을지도 몰라.
누렁이와 깜장이가 계곡으로 가고 있는데 나무 위에서 놀던 다람쥐가 내려와서 앞에 선다.
얘들아. 어디 가니? 오늘 날씨가 좋아 산책 나왔구나? 오다가 보니까 토끼도 나왔던데.
응. 우리는 오늘 수달을 만나러 가는 길인데 너도 함께 갈래? 집 짓느라고 바쁜 수달을 우리가 좀 도와주자.
그러자. 배도 부르고 기운도 있고 하니 가서 도와주면 겨울에 수달이 살기 좋겠지.
고양이들과 다람쥐가 숲 속에 있는 오솔길을 급하게 가는데 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고 있던 토끼가 깜짝 놀란다.
아이고… 깜짝이야. 늑대가 나를 찾아다닌다는 소문을 듣고 불안해서 밤새 잠을 설치다 이제 깜빡 잠들었는데 너희들 웬일이니?
우리는 계곡에서 집을 짓는 수달에게 가는 길이야.
너는 피곤하니까 좀 더 자라.
아냐. 나도 갈게. 잠깐 눈 붙였더니 견딜 만 해.
그래? 그럼 같이 가자. 우리 모두 가서 도와주면 수달이 좋아하겠다.
고양이들과 다람쥐와 토끼와 신나게 걸어가는데 저 멀리서 늑대 가족이 보인다.
얘들아. 저기 큰 나무옆으로 늑대가족이 지나가는 것이 보여. 조용히 하고 어서 빨리 몸을 숨겨.
우리와 다람쥐는 나무로 올라가 있으면 되는데 토끼는 어디로 가지?
저 아래로 내려가면 쑥 들어간 구멍이 있어. 네가 들어가면 절대 안 보여. 어서 그리로 가 있어.
늑대가 지나가고 나면 내가 데리러 갈게.
알았어, 나중에 만나자.
먹이를 찾아 나선 늑대가족이 어느새 계곡옆으로 걸어간다.
여기쯤에서 아까 맛있는 냄새가 났는데 아무것도 없네. 우리가 오는 소리를 듣고 토끼가 어딘가에 숨었나 본데 우리 한번 찾아보자. 배가 너무 고파서 견딜 수 없어. 너는 이쪽으로 가고, 너는 저쪽으로 가. 나는 곧바로 이 길을 따라갈게.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
누렁이와 깜장이는 다람쥐와 함께 건너편 길에 있는 나무 꼭대기에서 늑대가 가족과 헤어지는 것을 보고 토끼는 굴속에서 친구들을 기다린다.
누렁아. 우리 이제 토끼를 데리러 가자. 다람쥐 너는 잠깐 여기 있다가 늑대가 어디로 가는지 보고 있어. 아무래도 늑대가 꾀를 부리는 것 같아.
꾀?
응, 늑대들은 그냥 가는 척하고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야. 늑대가 오기 전에 다른 데로 가자.
늑대는 숲 속을 다 뒤져도 먹을 것이 없어 가족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가서 늑대들과 이야기한다.
아무리 찾아도 먹을 것이 안 보여.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계곡 건너편으로 갔나 봐. 우리 계곡 건너에 있는 숲으로 가보자.
나무 위에서 늑대가족이 계곡을 건너는 것을 본 다람쥐가 토끼에게 달려가서 누렁이와 깜장이에게 말한다.
얘들아. 늑대 가족은 건너편 숲 속으로 갔어.
그래? 그러면 이제 안심하고 나와. 어서 수달에게 가보자. 지난번에 보니까 집을 반밖에 못 지었던데 어서 가서 수달을 도와주자.
수달이 있는 곳으로 급하게 갔지만 수달이 보이지 않는다.
수달아. 수달아. 너 어디 있니?
응. 나 여기에 있어. 어제 힘들게 집을 짓느라고 먹지를 못했는데 오늘 아침에 계곡으로 갔는데 계곡물이 밤새 얼어서 아무것도 못 먹었어.
어머. 너무 배가 고프지? 어쩌지? 그럼 우리가 계곡옆에 있는 돌멩이를 계곡으로 굴려서 얼음을 깨어볼게. 그러면 네가 먹이를 구하기 쉬울 거야.
그래주면 너무 고맙지.
토끼야. 너는 수달을 잘 보고 있어. 우리가 얼음을 깨 볼게.
누렁이와 깜장이는 다람쥐와 함께 계곡으로 간다.
여기 크고 좋은 돌이 있는데 너무 무거워.
안 되겠다. 큰 돌은 꼼짝도 하지 않으니까 작은 돌을 여러 번 굴려보자.
열심히 돌을 굴려 보았더니 얼음이 깨지고 계곡물이 흐르는 것이 보인다.
수달아. 우리가 얼음을 깼어. 이제 계곡으로 가서 먹을 것을 찾아봐.
고맙다. 친구들아.
엊그제 네가 혼자 집을 짓는 것을 봤어. 오늘은 우리 모두 너를 도와주러 온 거야.
그래? 그럼 빨리 서둘러야겠네.
수달이 계곡으로 식사를 하러 간 사이에 누렁 이롸 깜장이는 나무조각을 찾으러 나가고 다람쥐와 토끼는 짓다가 만 수달의 집으로 간다.
토끼야. 우리가 무엇을 하면 될까? 수달이 오기 전에 집을 지어 놓으면 수달이 좋아할 텐데.
그러게. 누렁이와 깜장이가 나무조각을 가져온다고 했어. 나무로 구멍을 막아보자.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데 춥지 않게 만들어야지.
좋은 생각이다.
누렁이와 깜장이가 땀을 뻘뻘 흘리고 나무조각을 가져다 놓는다.
휴… 힘들다. 나무조각이 꽤나 무겁네.
수고했어. 아까 토끼와 이야기했는데 나무조각으로 수달의 집에 있는 구멍을 막기로 했어.
와. 좋은 생각이야. 아까 보니까 구멍이 많던데 이 나무조각이면 풍분할 것 같아.
어서 해보자. 수달이 오기 전에 아담한 집을 만들어주면 수달이 행복해할 거야.
친구들이 얼음을 깨 놓은 계곡에서 수달이 맛있는 식사를 하고 돌아온다
애들아. 거기서 뭐 하니? 너희들이 집을 멋있게 만들어 놓았네? 야.. 너무 멋있다.
어서 와 수달아. 밥 다 먹었어? 우리는 지금 네가 오기 전에 네가 살집을 마무리하고 있는 거야.
생각지 못한 선물이야. 엊그제 혼자서 집을 짓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엄청 힘들었는데…
그래서 우리가 온 거야. 추운 겨울이 오는데 집을 빨리 지어야 하잖아.
겨울이 오기 전에 급하게 지으려고 했는데 너희들이 도와줘서 너무 고마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
너희들과 함께 해서 정말 행복하다.
누렁이와 깜장이가 수달에게 인사를 하고 헤어져 다람쥐와 토끼와 함께 오솔길을 걸어 내려간다.
얘들아. 오늘 수달을 도와줘서 너무 기분이 좋아.
우리가 이웃이 되어 함께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아. 토끼야. 너는 늑대 조심하고 다람쥐 하고 재미있게 놀다가 나중에 또 만나자. 우리는 집에 가 봐야 해. 생쥐가 놀러 와서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그래. 오늘 하루 재미있었어. 잘 가 야옹아.
누렁이와 깜장이는 숲을 뒤로하고 각자의 집으로 간다. 석양이 그들의 등을 따스하게 덮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