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이다. 얼마 전에 떠난 아빠 없이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선아와 은아는 주말인 오늘 하루종일 집에 있는 날이다. 엄마가 다니는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아줌마가 아파서 엄마가 대신 일을 하러 갔기 때문이다.
하얀 눈이 쌓인 창밖을 보며 선아는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혼잣말을 한다.
오늘 같은 날은 밖에 나가서 놀아야 하는데…
날씨가 별로 춥지도 않고 바람도 없으니 눈 위에서 미끄럼을 타면 정말 좋겠다.
눈이 많이 쌓였는데 우리 언덕으로 썰매 타러 가자. 은아야.
학교 운동장에 있는 언덕?
응. 그곳이 재미있어. 언덕이 높아서 내려갈 때 신나게 타고 내려가면 돼.
어서 준비하고 가보자. 아이들이 엄청 왔을 텐데.
선이와 은아는 길건너에 있는 학교로 뛰어간다. 벌써 동네 아이들이 설매를 타며 소리를 친다.
선아야. 은아야. 빨리 와서 우리와 함께 놀자.
그래. 알았어. 너희들 일찍 왔구나? 언제 왔는데 얼굴이 빨갛게 익었어.
조금 전에 왔는데 눈이 많이 쌓여서 타기 좋아.
친구들과 설매 타는 재미에 배고픈 줄도 모르고 열심히 탔더니 배가 고프다며 은아가 집에 가자고 한다.
집에 가서 밥을 먹어야 할 것 같아. 너무 배가 고파서 더 이상 탈 수 없어.
그래. 그럼 우리 집에 가서 밥 먹자.
선아와 은아가 집을 향해 걸어가는데 또래 친구 종석이가 부른다.
애들아. 잠깐만 기다려.
왜? 우리 배고파서 가려고 그래.
알아. 그런데 우리 엄마와 옆집 아줌마가 맛있는 점심을 가져오셨는데 너희도 와서 같이 먹으래.
정말? 잘됐다. 은아야. 가자.
학교 운동장에는 설매를 타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엄마 아빠들이 준비한 음식을 피크닉 테이블에 늘어놓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야. 너무 맛있겠다. 우리 빨리 가서 먹자. 은아야.
얘들아. 너희들도 어서 와서 먹어라.
예쁘게 만든 여러 가지 맛있는 김밥과 김이 무럭무럭 나는 어묵국과 떡볶이가 상위에 차려지자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다. 은아와 선아도 정신없이 먹고 나니 힘이 나는지 친구들과 함께 언덕으로 달려간다.
얘들아. 우리 언덕으로 가서 더 놀자.
그래. 그래. 맛있는 음식을 먹었더니 힘이 난다.
동네아이들과 강아지들이 언덕에서 눈썰매를 타며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논다. 하늘은 빨갛게 물이 들고 언덕에서 놀던 아이들은 하나둘 집으로 간다.
은아야. 해가 넘어가고 있어. 우리 이제 집에 가자.
선아가 은아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종석이가 덜려온다.
얘들아. 너 집에 가려고?
응. 이제 곧 엄마가 오실 시간이야. 우리가 집에 없으면 엄마가 걱정하실 거야.
아까 너희 엄마가 우리 엄마한테 전화했는데 일이 생겨서 집에 일찍 못 온다고 했대. 우리 엄마가 너희들도 우리 집에서 저녁 먹고 가라고 했어.
그래? 마침 잘 됐네. 우리 그렇게 하자.
종석이네는 바로 이웃에 산다. 엄마들끼리 친구인 그들은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가며 살아간다. 오늘같이 엄마가 갑자기 일을 나가야 할 때는 종석이 엄마에게 부탁을 하고 일을 나가는데 급하게 아침 일찍 나가는 바람에 연락을 늦게 한 것이다. 선아와 은아는 종석이네 집으로 향한다.
아줌마. 안녕하세요?
그래. 어서들 오너라. 엄마가 일을 나가서 배가 많이 고프지? 너희들 좋아하는 피자를 만들었으니 손 닦고 와서 맛있게 많이 먹어라.
네. 아줌마. 감사합니다.
하루종일 언덕에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았더니 배가 너무 고프다. 피자를 먹고 나서 종석이와 게임을 하며 놀고 있는데 엄마가 그들을 데리러 왔다.
엄마. 엄마.
그래. 잘 놀고 있었어? 엄마가 일을 가서 심심했지? 미안하다. 어서 집에 가자.종석이 엄마. 고마워요. 갑자기 부탁을 해서 미안해요. 같이 일하는 사람이 아파서 일을가는 바람에 종석이 엄마가 고생했네요.
아니에요. 애들이 언덕에서 놀고 집에 와서 놀았는데요 뭐. 애들이 착해서 우리 종석이가 좋아해요.
사이좋게 놀아서 고맙다. 종석아. 우리는 그만 가자.
선아와 은아는 엄마와 함께 집으로 간다.
엄마. 오늘 너무나 재미있게 놀았어요. 눈썰매를 타고 김밥과 어묵 그리고 떡볶이와 피자도 먹고 친구들과 미끄럼도 신나게 타고 놀았어요.
잘했구나. 엄마가 일을 가게 돼서 많이 미안했는데 잘 놀았다나 기분이 좋다. 종석이 엄마가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오늘 하루종일 고마웠어요. 은아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집에 가려고 했는데 맛있는 점심도 주셨어요.
다행이다. 엄마는 너희들이 잘 있나 걱정했는데 좋은 시간이었다니 좋다.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도 이제 많이 컸잖아요. 엄마도 해야 할 일이 많고 많이 피곤하신데 어서 주무세요.
그러자. 아빠도 없는데 너희들이 잘 자라주어서 고마울 뿐이야. 내일은 엄마와 같이 놀자. 밤이 늦었으니 너희들도 어서 자거라.
선아와 은아는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누워 창밖을 보니 하늘에 별이 반짝반짝 빛난다.
은아야. 우리 오늘 재미있었지? 저기 저 하늘에 있는 별을 좀 봐. 엄청 크고 유난히 반짝거려.
응. 언니. 아빠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어.
맞아. 아빠가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하늘을 보라고 했던 생각이 난다. 하늘에 떠있는 태양을 보면 희망이 생기고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면 그리운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대.
언니. 저기 봐. 아빠가 웃고 있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아. 그렇지 언니?
응. 은아야. 정말 그렇다. 별들이 모여서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어. 아빠도 하늘에 별들과 함께 있는 거야. 어제는 달을 보는데 달 안에 아빠얼굴, 엄마 얼굴, 그리고 우리 둘의 얼굴이 보여서 너무 좋았어. 이제 그만 자자.
선아와 은아는 커튼을 닫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다. 어릴 적 온 가족이 웃으며 놀이 공원에 갔던 기억이 눈에 선하다. 오늘 밤 꿈에 다시 그 공원으로 가서 재미있게 노는 꿈을 꾸고 싶다.
즐거웠던 오늘 하루를 생각하며 은아와 선아는 눈을 감고 꿈속으로 간다.
꿈속에서 선아는 온 가족과 어느 아름다운 곳으로 소풍을 간다. 엄마 아빠와 맛있는 점심을 싸 가지고 커다란 놀이터에 가서 그네를 타고 미끄럼을 탄다. 아빠와 함께 철봉에 매달려 세상을 보는데 세상이 거꾸로 보인다. 지붕이 아래로 향하고 사람들이 머리로 걷는다. 멀리서 강아지가 뛰어오는데 발이 하늘을 향해 있다. 나무나 꽃도 다 누워있고 엄마는 아빠와 춤을 추는데 거꾸로 서 있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 깔깔 대고 웃다가 엄마가 깨우는 소리에 꿈을 깬다.
엄마. 나 너무 웃기는 꿈을 꾸었어요 세상이 거꾸로 되어있고 아빠와 엄마가 거꾸로 서서 춤을 추어서 한참을 웃었어요.
그래서 잠을 자면서 그렇게 웃었구나?
오늘은 엄마와 무엇을 하며 놀까? 오늘은 너희들이 좋아하는 공원으로 도시락을 싸가지고 소풍을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