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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없는 블루제이가 사랑놀음을 한다

by Chong Sook Lee Jan 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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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온 독감으로 두문불출하며 외면하던 땅을 살며시 밟고 서 있다. 땅이 낯설어하며 나를 빙글빙글 돌린다. 어지럽다. 며칠 사이에 훌쩍해진 몸이 기운이 없다. 병이란 다 이유가 있다지만 멀쩡하다가 갑자기 온몸이 쑤시고 열이 나면 황당하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혼나는 상황이다. 연말에 무리해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지만 아이들이 와서 좋아서 기쁜 시간을 가졌는데 왜 아픈지 이상하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만 기분이 좋은데 왜 감기에 걸리는지 모르겠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하는데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데 왜 면역력이 떨어지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렇다고 80 넘은 노인도 아닌데 왜 자꾸 몸이 고장이 나는지 답이 없다.


정초에 다 앓고 일어났으니 일 년 내내 건강할 거라 장담하는데 기운이 없어 자꾸만 눕게 된다. 식욕도 없고 의욕도 없다. 가만히 앉아서 창밖을 내다본다. 심심한 토끼가 뜰앞에 앉아 있다. 어쩌면 저리도 털이 하얀지... 눈인지 토끼인지 구분이 안 간다. 하얀 털 옷을 입고 살이 통통 쪄서 여기저기 쳐다본다. 이 추운 겨울에 무엇을 먹고 사는지 모르겠다. 토끼가 왔다고 까치도 오고 참새도 온다. 여름철에 동네를 시끄럽게 하던 까마귀는 모두 어디로 갔는지 요새는 보이지 않는다. 새들조차 오고 싶어야 온다. 어떤 날은 블루제이가 몇 쌍씩 날아와서 놀다가기도 하고 로빈이 놀러 오기도 하는데 한동안 못 보았다.


숲 속을 걸어 본 지 오래되었다. 무릎이 아프니까 나가지 않게 된다. 며칠 전 검사를 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여전히 불편하다. 유튜브에 어느 분이 나와서 이야기를 한다. 어깨가 아파서  여기저기 다니며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침을 맞고 약을 먹어도 여전히 아파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하루는 유명한 사람이 아닌 돌파리가 잘 고친다는 소문을 듣고 돌파리를 찾아갔다. 돌파리는 아무런 장비도 없는데 바닥에 누우라고 해서 누웠는데 돌파리 의사가 어깨를 발로 밟고 지나간 뒤에 일어나 보니 어깨 통증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하며 웃는다. 아프면 의사를 찾고 검사를 하고 없는 병을 찾아내고 약을 먹고 다른 병이 생기기도 한다.


지금껏 별 탈 없이 살아왔으니 나이 들어 조금씩 아픈 것이 당연한데 몸이 조금 이상하면 큰 병이 걸렸나 해서 병원부터 찾으면 모르던 병도 생겨난다. 인간의 몸은 자연 치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특별한 염증이 없는 한 식이요법이나 운동으로 해결되어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 성격이 급한 인간들은 쓸데없이 미리 겁먹고 어찌 될까 하는 두려움에 병원부터 찾는 것이 문제다. 병원이 멀고 약이 흔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자연요법으로 살았다. 약초로 독을 빼고 혈을 집어서 통증을 완화시키며 단식을 하여 자연에 순종하며 병을 치료하였다. 의학이 발달하고 산업이 발달하며 병원이 많아지고 병을 고치는 약도 많아져서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게 되었다.


옛날에 없던 스트레스라는 현대병이 생겨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으로 괴로워하며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약을 만들어 병을 고치며 수많은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연구를 거듭한다. 새로운 약이 시중에 나오기까지는 완벽하게 실험을 통해 검증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약이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시간이 가고 또 다른 연구로 다른 사실을 알게 된다. 병을 낫기 위해 먹은 약이 독약을 먹은 결과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의사도 약도 상업성으로 되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병 없이 건강하게 살다 가면 좋겠지만 살다 보면 다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다.


아프면 살기 위해 의사를 찾고 처방해 준 약을 먹어야 한다. 무슨 병인지, 무슨 약인지, 후유증은 없는지, 의사는 자세한 설명을 해 주어야 하는데 처방전 하나 써주면 앞뒤 생각 없이 먹는 경우가 많다. 약을 먹어서 병을 고치려고 의사를 찾는데 약을 잘못 먹고 병을 더 얻는다면 끔찍한 일일 것이다. 상술이 아닌 신뢰와 믿음이 있는 건강한 사회는 건강한 개인을 만든다. 연초에 친구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최고라는 말로 시작된 대화였다. 가정의가 있어 건강상 이상이 있을 때 약속을 하고 만나게 된다. 내가 오랫동안 다니던 가정의가 퇴직을 하여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의사에게 가는데 적당하게 검사도 시켜주고 약을 신중하게 처방해 주어 특별히 불만은 없다.


친구 가정의는 독일 의사인데 검사를 쉽게 해주지 않고 항생제도 여간해서는 주지 않는다고 한다. 웬만큼 아프면 집에서 쉬고 단식하라고 약처방을 안 해준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중국 사인데 영양제는 비싸기만 하고 몸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절대 먹지 말라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동양계 사인데 약도 잘 주고 검사도 잘해주어 답답하지 않아 너무 좋다고 하는 말을 한다. 아프면 약을 먹고 기운이 없으면 영양제를 먹는 것으로 알고 사는 나인데 어느 의사가 좋은 의사인지 모르겠다. 의사도 약사도 장사꾼이라고 돈 앞에서 장사 없다는 말이 있다. 검사를 잘 보내주고 약처방을 잘해주는 것으로 신용을 쌓고 돈을 버는 의사가 있지만  돈 보다도  환자가 해야 할 것을 알려주는 의사가 많은 사회이기를 바라는 것은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인가?


아픈 사람에게 검사와 약은 희망이다. 환자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고 검사도 해주지 않고 약처방도 안 해주는 사람이 과연 좋은 의사인지 아니면 돈생각만 하고 닥치는 대로 검사도 잘해주고 약처방도 잘해주는 의사가 좋은 의사인지 모르겠다.


걱정 없는 블루제이 한쌍이 앞뜰에 있는 소나무가지를 오르내리며 사랑놀음을 한다.


(이미지출처:인터넷)(이미지출처: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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