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을 뜯으며 산나물에 취한다

by Chong Sook Lee



참나물이 나오는 계절이다. 고사리 사촌 같이 생긴 나물인데 이민 선배들이 먹는 나물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해마다 이맘때에 숲에서 딴다. 봄이 되면 마른 낙엽이 쌓인 숲에서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세상구경을 나온다. 낙엽과 색이 비슷해서 잘 보이지 않지만 눈에 익으면 보인다. 민들레가 나오기 시작하여 며칠 지나면 민들레꽃이 피면 참나물이 나온다. 낙엽을 헤치고 나와서 길게 자라고 시간이 지나면 잎이 넓어지면 한해의 할 일을 다해 떠날 차비를 하면 취나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차례를 기다리고 때가 되면 피고 지는 자연이다.


참나물은 살짝 삶아서 물에 담가 알지 못하는 독성을 빼주고 손으로 짜서 프라이팬에 기름을 넣도 볶다가 마늘과 소금으로 간을 해서 먹으면 담백하고 맛있어서 봄에 잃은 입맛을 되찾아준다.취나물은 살짝 데쳐서 된장과 고추장을 넣고 국을 끓여 먹거나 소금 양념을 하여 조물조물 무쳐 먹으면 맛있다. 어릴 적 먹지 않던 음식인데 나이가 들어가며 먹기 시작한 이후로 먹을수록 맛있다. 할머니와 엄마가 드시는 음식이라 먹으면 일찍 늙을 것 같아 질겁을 하며 안 먹었는데 내가 할머니가 되니 자연히 먹게 된다.


아침잠이 없어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었는데도 이른 시간이다. 특별히 할 일도 없고 집안일은 하기 싫어서 숲으로 산책을 나간다. 산불 때문에 공기 질은 나쁘다고 하지만 하루 종일 집에만 있을 수 없다. 자동차로 10분 정도 가면 둘째 아들네 집 앞에 자그마한 숲이 있다. 숲이 깊지 않고 동네 한가운데에 있어 주로 동네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한다. 숲 가운데에 계곡이 흐르고 양옆으로 아기자기한 숲이 우거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벌거벗었던 숲이 며칠 사이 녹음이 우거져 숲 속이 보이지 않는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정겹게 들리고 다람쥐들의 발길이 바빠지는 계절이다. 숲 속에 있는 작은 오솔길을 걸어간다. 어느새 풀들이 자라 오솔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아직은 모기가 없고 나비들이 살랑살랑 춤을 추며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주말에 온도가 많이 오른다고 하는데 이 더위가 왔다 가면 모기가 생길 것이다. 아직 날은 덥지 않고 바람은 차다. 더워지기 전에 한 바퀴 돌고 있는데 민들레 옆에 참나물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꺾어 들고 주위를 보니 그새 많이 나와 있다.


크고 작은 참나물이 여기저기 서 있는 모습에 손길이 바빠진다. 벌써 활짝 핀 것이 있고 이제 막 나오는 것도 있는데 활짝 피지 않고 적당히 자란 것을 골라서 비닐 백에 넣는다. 보는 대로 땄는데 돌아서 가보면 놓친 것들이 많다. 남편과 함께 뒤서거니 앞서거니 하며 숲 속의 오솔길을 걸어간다. 나물이 보이면 따고 안 보이면 앞으로 걸어간다. 산책을 하며 운동도 하고 나물을 따서 맛있는 반찬거리도 얻어 간다.


어찌 보면 행복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늘은 파랗고 오솔길 옆으로는 계곡물이 졸 졸 흘러간다. 철철이 다른 옷을 입고 새로운 모습으로 반겨준다. 다리를 건너 걸어가다 보니 숲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로 이어진다. 아무도 걷지 않은 것 같은 길옆 들판에 띄엄띄엄 취나물이 옹기종기 모여서 자라는 곳이 보인다. 하찮은 산나물도 피고 싶은 곳에 핀다. 사람만이 끼리끼리 노는 것이 아니다.


산나물도, 들꽃들도, 끼리끼리 모여서 피고 싶은 곳에 피는 것을 본다. 어린 취나물이 연둣빛으로 곱게 나오는 모습이 보기 좋아 몇 개 따본다. 취나물을 넣은 구수한 된장국을 먹을 생각에 입에 침이 고인다. 집에서 나올 때 밥을 해놓고 나왔으니 집에 가서 참나물을 삶아서 소금으로 간을 해서 무쳐서 맛있는 취나물 된장국과 점심을 먹으면 된다. 이렇게 실컷 놀다 집에 가면 배가 무척 고픈데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넓은 산책로로 걸으며 갈 때 보지 못한 풍경을 즐기며 간다. 가는 길에 보지 못한 게 보이는 숲은 언제 어느 때 와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오며 가며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는다. 만난 적도 없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지만 자연 속에서는 모두 친구가 되고 자연을 닮아 간다. 하얀 꽃가루가 눈처럼 산책길을 덮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눈처럼 공중을 떠다닌다. 비가 와서 봄 알레르기 주범인 꽃가루가 모두 씻겨 내려갔으면 좋겠지만 그 또한 자연이 알아서 할 일이다.


세상만사 피한다고 피할 수 없고, 만나고 싶다고 만나 지지 않는 것을 안다. 숲가에 사는 사람들의 뒤뜰을 구경하고 걷는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다 다르다. 집집마다 나름대로 집을 꾸미며 사는데 어느 집은 아무도 살지 않는지 뒤뜰이 민들레 밭이다. 사람이나 집이나 가꾸지 않으면 흉하다. 비싼 물건을 가져다 놓지 않아도 깨끗하게 정리된 집이 있고, 여러 가지 물건이 복잡하게 쌓여 있는 집도 있다.


집을 보면 그곳에 사는 사람을 알 수 있다. 겉은 번지르르하여 멋있는 집인데 뒤뜰이 정신없는 경우가 있고, 조촐해도 뒤뜰이 말끔하게 정리된 집이 있다. 보이는 곳보다 보이지 않는 곳이 더 중요한 것을 알게 된다. 산책길 끝에 있는 아들네 집 앞에 세워 놓는 차가 보인다. 숲 속에서 노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배가 고파온다. 집에 가서 맛있는 산나물로 밥 먹을 생각에 발걸음이 바빠진다. 산나물을 뜯으며 산나물에 취 하루를 만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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