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대신 비를 주렴

by Chong Sook Lee


산불로 인한
연기가 도시를 덮었다
하늘은 회색이고
해는 새빨갛다
며칠 동안 이어지는
나쁜 공기로
가슴이 답답하다

차라리 안개라면
좋을 텐데

뿌연 연기로

앞이 보이지 않고

연기 냄새로
목은 칼칼하고
숨을 쉬기 어렵다

사람들은
집안에 있으면
되겠지만
새들과 산짐승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궁금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말하지만
나쁜 공기에
말 못 하는 짐승들이
가엾다

불난 산에
바람이 심하게 불어
끝이 보이지 않는
화재의 끝은
어디쯤 일까?

산불을 피해 대피한
사람들의 집이
불에 타 없어진 집이
여러 채이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울부짖는 사람들

새까맣게 타버린
집터를 보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아픔이
전해진다

시뻘건 불길이
세상을 삼키는데
무심한 바람은
자꾸만 불어온다

바람아
이제 그만 불어라
바람대신 비를
내려다오
불난 집에
부채질 그만하고
비나 보내주렴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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