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에... 익어가는 7월

by Chong Sook Lee



춥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비가 온 뒤라 온도가 많이 떨어져 온도가 영상 11도다. 며칠 기승을 부리던 폭염은 꼬리를 내리고 다시 뜨거워질 기회를 기다린다. 여름이 이렇게 추워도 되는지 하는 생각을 하며 옷을 껴 입고 동네를 걷는다. 한여름에 추우면 얼마나 춥다고 이렇게 엄살을 부리는지 모르겠다. 학교운동장 잔디 위에 새들이 유난히 많다. 비 온 뒤에는 먹을거리가 많은지 새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먹고 있다. 여름에 많이 먹어두어야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음을 아는 듯하다. 갈매기와 까치 그리고 까마귀와 비둘기가 끼리끼리 모여서 음식을 쪼아 먹는다. 먹을거리가 귀할 때는 털을 세워 가며 싸우는데 먹을거리가 많아서인지 싸우지 않는다. 새들은 먹을거리를 찾으면 같이 먹자고 동료새들을 부른다. 먼저 찾은 새가 먹고 남은 것을 차례로 먹는다. 만약에 차례가 되지 않은 새가 배가 고프다고 덤벼들면 큰 싸움이 난다. 위계질서를 위반할 시에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지난여름에 동네를 지나가는데 다람쥐가 나무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치고 누워있었다. 지나가는 까치가 발견하고 신호를 보내고 온 동네 까치가 다 모여서 다람쥐를 한가운데에 놓고 시식을 하는데 정말 대단하다. 도착한 순서대로 차례를 지키며 먹는데 그중 차례를 위반하고 덤벼드는 까치는 그 자리에서 동료 까치들에게 공격을 당한다. 우연히 길을 가는데 까치들이 수십 마리 커다란 나무 가지마다 앉아서 다람쥐를 먹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것을 목격하고 내심 많이 놀란 적이 있다. 법을 아는 인간도 때때로 법을 어기고 사는데 새들의 세계에는 법을 어긴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동네에 커다란 쇼핑센터에 있는 주차장에 갈매기들의 쉼터가 있다. 쉬는 시간에도 몇 마리가 갈매기들은 적으로부터 동료를 보호하기 위한 정찰병이 있다. 다른 새들이 자고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주위를 빙빙 돌고 있는 것을 본다. 그들도 우리 인간들이 모르는 그들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우리나라는 까치가 길조이고 일본에서는 까마귀가 길조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까치들의 행패로 농가에서 피해를 많이 보는 것 같이 일본에서는 까마귀들 때문에 골치를 앓는다는 뉴스를 보았다.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쓰레기를 뒤지고 배변 때문에 거리가 더럽고 냄새 때문에 골치를 앓는다. 인간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문제다. 쓰레기처리를 잘하지 않아 먹을 것을 찾아 나선 새들이 문제를 일으키는데 사람들은 해결책이 없어 쩔쩔맨다. 멧돼지나 곰을 비롯해 커다란 산짐승 들도 도시로 내려와서 사람들을 공격하고 도시에 사는 새들도 인간의 삶을 공격한다. 까마귀들은 사람들이 지나가면 목청을 크게 높여 서로 연락을 하며 난리를 친다. 특히 작년에 까마귀들이 새끼를 많이 낳았는지 새끼보호 본능이 강한 까마귀들이 나무에 가까이 가기만 해도 새끼들을 해칠까 봐 덤벼든 생각이 난다. 여름에 더워서 응달을 찾아 나무아래로 걸으려고 하면 까마귀가 공격을 한다.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옆으로 휙 지나가고 머리 위에서 깍깍 때면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기분 나쁘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데 까마귀는 영리해서 해코지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하는 말을 들어서 겁난다. 멀리서 까마귀들이 모여있으면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다. 유난히 까마귀 들은 크고 사나워서 싫은데 무슨 이유인지 점점 많아진다. 어쩌면 그들의 지역을 우리가 빼앗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옛날에 그들의 집이었던 자연을 개발하고 사람들이 살고 있어 그들이 갈 곳이 없어서 인지 모른다. 그들만 미워하고 쫓아내려고 할 것이 아니고 인간들의 생활습관을 고쳐야 그들이 떠난다. 쉽게 먹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인간들 사회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단지 먹을 것을 찾을 뿐이지 인간들에게 해를 끼치기 위한 목적은 없다. 사람들이 쓰레기 만이라도 잘 버리면 그들은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곳은 커다란 음식물 쓰레기 통이 집집마다 하나씩 있다. 음식물 찌꺼기를 봉투에 넣어 통에 넣고 매주 한 번씩 수거해 가기 때문에 새들이 먹을 것을 헤치지 못해서 좋다. 그전에는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봉투에 넣어 쓰레기 수거하는 날 밖에 내놓으면 새들이 봉투를 부리로 찢고 음식물을 꺼내 먹으며 난장판을 해놓아 골치가 아팠는데 그런 일이 없어서 요즘은 아주 좋다.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고 비 온 뒤에 새들이 잔디 위에 앉아서 먹을 것을 찾아 먹고 노는 모습이 좋다. 바람은 여전히 차지만 걷다 보니 덥다. 녹음이 짙어간다. 꽃들이 피고 지는 7월이 익어가고 갈매기가 먹을 것을 찾으려고 낮게 날아간다. 새들과 함께하는 평화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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