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밝았다. 동쪽 창문 커튼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오색 찬란하다. 습관처럼 일어나면 하늘을 보는데 유난히 환한 하늘이 궁금해서 부엌으로 내려와 커튼을 열고 하늘을 보니 무지갯빛 하늘이 활짝 웃으며 반긴다. 하루를 아름답게 열어주는 하늘이 너무 고마워 사진을 찍는다. 보고만 있어도 왠지 좋은 날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람의 마음이 요사스러운 건지 보이는 것에 따라 기분이 달라진다. 너무나 맑고 선명하여 무지개가 핀 줄 알았다. 아침 준비를 하다가 우연히 밖을 보니 그 아름답던 하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짙은 안개가 내려앉아 세상을 덮는 것이 보인다. 아름다운 무지갯빛 하늘이 안개를 품고 있었나 보다. 순식간에 변해버린 하늘을 보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잘 나가던 사람이 생각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기도 하고,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찾아온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알 수 없는 게 우리네 인생이지만 살다 보면 황당한 일이 많다. 지난 두 달 사이에도 여러 가지 일로 많이 놀랐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사고나 병마로 세상을 하직하는 것을 가까이 본다. 영원히 살 수는 없지만 갑자기 떠나는 황당한 일로 가족들은 얼마나 슬플지 보는 이들의 마음도 안타깝게 한다. 나이가 들면 넘어지기 쉽고 넘어지면 고관절을 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분은 산책을 하다가 낙상하였고, 다른 분은 넘어지고, 한분은 암으로 가셨다. 오래전에 정정하시던 시어머님이 삐끗하여 넘어지신 뒤로 쾌유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요즘에 갑자기 날씨가 풀리면서 여기저기 얼음판이 많다. 조심한다고 해도 사고는 아무 때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갑자기 일어난다. 길이 미끄럽다고 집에만 있을 수 없어 신발에 스파이크를 끼고 스틱을 가지고 다닌다. 그런대로 많은 도움이 되지만 어떤 곳은 스파이크도 스틱도 당해내지 못하게 미끄럽다. 오늘도 안개가 껴있지만 산책을 나가 걸어 본다. 미끄러운 곳을 지나갈 때는 정신 바짝 차리고 걷는다. 안개 때문에 멀리 있는 나무들은 잘 보이지 않아도 공기는 맑고 싱그럽다. 계곡물은 흐르지만 살얼음이 여기저기 흩어져있고 바람은 없다. 작년 가을에 떨어진 낙엽들이 가지런히 누워서 하늘을 본다. 노란 단풍잎이 새로 떨어진 것처럼 예쁘게 누워있다. 오솔길에 눈이 녹은 곳은 젖은 흙이 보이는데 자칫 잘못하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요리조리 얼음을 피하며 걷는다. 지난번 눈 올 때 누군가가 뒹굴어 다니는 나뭇가지로 만들어 놓은 '인디언 티피'가 초라하게 서있다. 눈이 많이 있을 때는 제법 낭만 있어 보이던 것이 이제는 앙상한 뼈만 보인다. 굽이굽이 휘어져 흐르는 계곡을 지나 높은 곳에 다 달아 서서 걸어온 길은 바라본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잠시 쉬어 바라보는데 볼 때마다 마음이 편해진다. 뒤쪽 언덕은 감싸 안은 듯 양지바르고 앞은 훤히 틔어있어 보고 있으면 가슴이 시원하다. 앞으로는 아름다운 계곡이 평화롭게 흐르고 그 뒤편으로는 숲이 우거져 있다. 잠시 쉬다가 다시 길을 따라 걷는다. 겨울에 날씨가 풀리는 것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추우면 무장을 하지만 조금 따뜻해지면 가벼운 옷을 입게 되고 그러다 보면 감기에 쉽게 노출이 된다. 추울 때처럼 두꺼운 옷을 입을 수 없어 가벼운 옷을 입으면 감기가 틈새를 노린다. 모든 행동에는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이유다. 지난 열흘간 감기와 씨름하다 보니 어느새 2월이다. 집 앞뜰 양지바른 정원에 파릇파릇한 싹이 올라온다. 봄은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부터 온다. 추우니 더우니 하며 세월이 간다. 여름이 덥다고 빨리 가기를 원하고 가을이 너무 아름다워서 가지 말기를 바란다. 성급한 겨울은 가을이 옷을 벗기도 전에 쳐들어온다. 겨울은 자리를 차지하고 게으름을 피어도 봄은 봄대로 봄의 할 일을 한다. 안개가 너무 짙어 앞이 보이지 않더니 구름 속에서 하얀 해가 얼굴을 내민다. 이내 구름을 벗고 세상을 밝게 비추며 순식간에 안개를 걷어내 버린다. 세상은 다시 환하고 보이지 않던 거리는 아주 잘 보인다. 살다 보면 이상하게 일이 꼬여 애를 먹게 될 때가 있는데 어느 순간 막힌 숨통이 조금씩 트이는 것을 경험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을 떠는 하늘을 보며 인내하는 것을 배운다.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는 것인데 잠시 찾아온 불운을 견디지 못하고 안달한다. 계절 같은 인생이다. 겨울이 있어 봄이 아름다운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오랜 시간 기다리며 찾아오는 봄 속에 겨울이 있음을 알면서도 봄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게 인간이다. 아직은 봄이 오기는 한참 멀었지만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언제나 행복하다. 봄은 땅속에서 오고 마음속에서도 온다. 봄이 온다고 특별히 변하는 것은 없지만 봄이 빨리 오면 좋겠다. 무지갯빛 하늘이 품은 안개는 사라지고 세상은 다시 환하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