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과 함께 하는... 꿈 여행

by Chong Sook Lee



밤새 꿈여행을 다니느라 바빴다. 꿈을 깨면 거의 잊어버리는 꿈인데 꿈속에서는 생시나 똑같이 산다.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그리워하고 기다린다. 꿈이란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영혼이 육체를 재우고 영혼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다니는 것이 꿈인가 하는 생각

도 든다. 꿈을 꾸고, 꿈을 깨며 꿈속에 산다. 밤에 잘 때 엉뚱한 곳에서 생각지 못한 이들을 만나서 열심히 무언가를 하다가 잠이 깨면 꿈을 깬다. 아는 사람을 만나고, 죽은 사람도 만나고, 친하지 않은 사람도 만난다, 꿈에서는 죽은 사람이 살아 있고, 싫어하는 사람과 친하게 잘 지내고, 가보지 않는 곳에 가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 꿈은 영혼의 세계이다. 영혼이 육체를 떠나서 가고 싶은 곳에 가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오는 것 같다. 영혼은 밤새 어디론가 가서 할 일을 하고 돌아와 깨지 않은 육체를 깨우기 위해 이상한 꿈으로 자는 사람을 휘젓고 다니며 깨운다. 엉뚱한 꿈을 꾸면 개꿈이라고 단정 짓지만 어찌 보면 어느 꿈이든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싸워서 말을 안 하는 사람과 사이좋게 놀기도 하고, 가보지 않은 곳에서 생활하며 한국에 살기도 하고 캐나다나 다른 곳에서도 산다. 잠을 자며 꾸는 꿈은 깨어나면 기억에서 거의 사라지는 것도 신기하다. 기억을 하면 장편 소설을 써도 충분할 것 같은데 눈을 뜨면 잊어버려 너무 아깝다. 아름다운 시상이 떠올랐다 써놓지 않으면 생각나지 않는 것과 같다. 아무리 기억을 하려 해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중 태몽꿈이나 암시하는 꿈은 기억에 오래 남아 다행이다. 아이들 태몽꿈은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죽은 남동생이 아버지와 같이 신사복을 멋지게 차려입고 집으로 들어오신 꿈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날 주무시던 아버지가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고 잠결에 일어나서 문을 열어주었는데 생전 보지도 못한 젊은 남자가 집안으로 들어와 안방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내가 당장 방에서 나가라고 고함을 치던 꿈도 생생하다. 왜 어떤 꿈은 눈을 뜨자마자 잊히고 어떤 꿈은 머릿속에 남아 없어지지 않는 걸까? 꿈은 육체가 잠들어 있을 때 영혼이 사는 곳인지 꿈을 글로 풀어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꿈속에서의 나와 생시에서의 나는 다른 인간일지도 모른다. 육체는 영혼을 따라 살 수 없고 영혼은 육체를 떠나 사는 것일까?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사고를 당해 사람이 죽는 순간 영혼이 죽은 사람 몸에서 나오는 것을 본다. 영혼은 공중 어딘가에 돌아다니며 죽은 사람을 바라본다. 그것이 사실인지 소설인지 모르지만 육체가 살아있는 동안 영혼은 육체를 따라다니다 죽은 후에는 다른 곳에서 사는 것 같다.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육체가 없는 영혼을 위함이리라. 사람이 사는 동안 여러 가지를 하고 살아도 미련과 후회는 있다. 언젠가 아주 어릴 때, 작은 엄마는 조카딸인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해 주시던 기억이 난다. 방학 때 놀러 가면 서울에서 왔다고 웃는 얼굴로 하얀 밥에 맛있는 밥을 손수 해주시던 생각이 난다. 그래서인지 늘 작은 엄마를 좋아하며 따랐는데 지병으로 일찍 돌아가셨다. 그 뒤로 어쩌다 꿈을 꾸면 작은 엄마가 나를 찾아오시는 꿈을 자주 꾸었는데 꿈에서 작은 엄마는 늘 춥다고 벌벌 떠시며 나타났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싹 같은 꿈을 꾸는 게 이상한 생각이 들어 아버지에게 말씀을 드렸다. 어린아이가 꾸는 꿈이지만 신기해서 작은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고 어찌어찌해서 이장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뒤로는 작은 엄마가 나오는 꿈은 한 번도 꾸지 않는 것을 보면 어쩌면 작은 엄마가 꿈을 통해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제는 여러 가지 꿈을 꾸었는데 어렴풋이 생각이 날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 것을 보면 개꿈인 것 같다. 꿈속에서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는데 깨고 나면 희미한 기억만 남으면 너무 허전하다. 꿈을 자동으로 컴퓨터에 연결하여 글로 써놓을 수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허무맹랑한 꿈도, 슬프고 애절한 꿈도 어디서 오는 건지 써 놓으면 멋진 작품이 될 것 같다.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을 만드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무궁무진한 잠재의식 속에 꿈을 통한 여행은 지속되고 생시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며 죽은 사람을 만나는 기술이 나온 것을 보면 꿈을 연결하는 무언가가 나와서 꿈나라 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지 못한 곳을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꿈을 좇아 꿈을 꾸며 꿈을 이룰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려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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