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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잊히며... 사는 인생
by
Chong Sook Lee
Feb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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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얼굴도 잊힌다
매일 보는 얼굴은
기억 속에 남지만
하루이틀
보지 않으면
기억에서조차
사라진다
언젠가 보았던
한 편의 영화가 생각난다.
오랜 세월 사랑하며
함께한 부부가 있다.
어느 날
남편은 아내가
달라지는 모습을
목격하고
배려를 하며 생활하는데
아내의 치매로
서로가 지쳐간다
치매가 깊어가는 아내를
요양원에 입원시키고
매일
매일
요양원으로
가서
아내를 볼 때마다
남편은 안쓰러운 마음에
울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처음
얼마동안은
아내를 찾아가면
반겨주던 아내가
시간이 가고
서먹서먹해하며
찾아가면
본체만체하고
뒷걸음을 치며 돌아서 간다
어디를 가
는지
남편이
아내뒤를 따라가 보니
요양원에 같이 사는
남자에게 가서
남편을 대하듯 한다
옆에서 챙겨주고
이야기하고
게임을 하며 웃고
농담을 한다
자주 가서
얼굴을 본다 해도
요양원을
방문하는 남편이
낯선 남이 되어
귀찮아지고
심지어는
오지 말라고 한다
알던 사람을
잊고 싶어서가 아니다
눈으로 보이지 않고
옆에 있지 않기 때문에
마음을 떠나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잊히는 것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애타게 기다리지만
세월 따라
희미해지는 기억 속에
사라져 가고
옆에서 같이 생활하는
사람만 기억에 남는다
남편은
서운한 마음을 안고
어쩔 수 없이
집으로 오기를 반복하며
하루하루 살아
가고
아내는 아내대로
간혹
남편이 떠오르지만
치매가 깊어가는 아내는
찾아오는 남편이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이 든다
한편 요양원에서
같이 생활하는 남자가
병에 걸려 심하게
아
파하는 동안
아내가
정성을 다하여
보살피는 모습을 보고
남편은
아내가 원하는 일이라면
그녀의 뜻에 따르려고
요양원을 방문한다
남편이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을 가지고 가서
아내에게 보여주는데
그토록 거부하며
이상한 눈으로 보던
아내가 기억을
되찾으며
사랑하는
남편이라는 것을
기억해 낸다.
눈물을 글썽이며
남편을 끌어안고
어디에 갔다 왔느냐고
물으며 둘은 포옹을 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고
보이지 않으면
생각이 안 나고
기억 속에 사라
지는
냉정한 인간의 두뇌
잊지 못해 슬프고
잊히기에 슬픈 인생이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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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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