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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r 04. 2024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작품


옷감 하나가 서랍에서

나의 손길을 기다린다.

무언가를 만들면 쓸만한 것 같아

버리지 않고 서랍에 놓아두었는데

자리만 차지해서 꺼내본다.

종류를  알 수 없는 옷감인데

감촉도 좋고 디자인도 괜찮다.

작은 담요나

큼직한 스카프를 만들어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치수를 재보니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다.

색깔도, 무늬도

유행을 타지 않는 패턴이라

무언가 만들어 놓으면

싫증 나지 않아

한동안 쓸 수 있을 것 같다.

양 옆은 실이 풀리지 않아

박음질을 하지 않아도 되고

위아래만 박으면

간단한 담요가 될 것 같다.

두꺼운 담요가 여러 개 있지만

얇지만 따뜻한 담요를 만들면

요즘 같은 날씨에 사용하면 된다.

일단 옷감 안팎을 알아내고

옷감 끝에 늘어진 실밥을 가위로 잘라

정리해 주니 말끔하다.

담요이지만

복잡한 이중담요가 아니고

홑겹으로 위아래만

재봉틀로 박아주면

되기 때문에 만들기는 쉽다.

줄이 있는 패턴이기에

박을 때 줄을 맞추는 것만 빼고는

직선으로 박으면 된다.

특별한 기술은 없지만

간단한 것은 재미로 만든다.

몇 년 전에는

가방 만드는 재미가 들려서

시간 날 때마다 한 개씩 만들어

주위 친구들을 나누어주기도 했다.

크기도 좋고 디자인도 멋지다며

좋아하는 것을 보면 기쁘다.

만드는 과정이 조금 힘들어도

만들어 놓으면 신기하다.

어릴 적부터 친정엄마가

바느질과 뜨개질을 하는 것을 보며

자라서인지 재봉틀이 낯설지 않다.

어릴 적

엄마가 물방울무늬로 된  옷감으로

원피스를 만들어 주셨는데

어린 눈에 예뻐 보여서

열심히 입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오래도록 입어서

밑단이 져서 입을 수 없었지만

버리기 아까워서

옷장에 걸어두고 보기도 했다.

집에서 육 남매를 기르시며

살림을 하시던 엄마는

늘 바쁘게 사셨다.

심심할 시간이 없는데도

틈틈이 시간을 내서

털실로 뜨개질을  하시고

옷감으로 무언가를 만드셨다.

요리책을 보시며

빵과 과자를

만들어 주시던 생각이 난다.

그런 것을 보고 자라서 인지

나는 옷감이나 털실이 있으면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한다.

제대로 알고 만드는 것이 아니고

눈대중으로 만들기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세상에 단 하나

나만의 작품이다.

오늘도

나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옷감을 이리저리 보며 연구를 한다.  

최소한 쉽고 간단하면서도

최대한 멋진 담요 

만들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옷감이 얇고 가벼워서

담요로도 사용하고

몇 번 어서 스카프로도 쓰면

좋겠다는 생각에

목에 걸고 거울을 보니 그럴싸하다.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멋이 더 아름답다.

실용적인 물건이 더 좋다.

이제 양쪽 두면만 직선으로 박으면

담요가 완성된다.

얇은 담요 하나를 무릎에 덮거나

어깨에 얹으면 왠지 포근하다.

목이 허전할 때

스카프를 목에 두르면

이 따뜻하고 의지가 된다.

서랍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던 옷감을 이용하여

간단한 소품을 만드는 것은

의외로 즐겁다.

기술이 없어도

자로 치수를 잴 필요 없이

눈으로 대충 만들면 더 재미있다.

재봉틀에 실을 끼고

박아보니 그럴싸하다.

생각지도 않은

예쁜 담요가 하나 생겼다.

그냥 서랍에 넣어두면

하나의 옷감 조각이

내 손을 통해

담요로 태어나고 목도리로 태어났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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