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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Apr 02. 2024

4월... 드디어 봄이다



4월은 청춘이다.

그리움이고 사랑이다.

파란 하늘에

희망이 있고 꿈이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면

눈이 부시다.

새들이 창공을 날아다닌다.

그들은 어디를 그토록

급하게 날아가는 것일까?

무슨 할 일이 있어서 가는 것일까?

급하게 날아가던 새 한 마리가

꺽다리 전나무 꼭대기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본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보기 위한 것인지

여기저기 두리번 거린다.

그 뒤로 어딘가에 있던 짝도

뒤따라 날아와

앞뜰에서 걸어 다닌다.

별일도 없는데 바쁜 듯이

오고 가는 새들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다.

한 마리가

눈이 녹은 땅을 발가락으로

사정없이 파헤친다.

눈밑에서 잠자던

지렁이 한 마리를 끄집어내어

흙을 턴다.

제법 큰 지렁이다.

새가 땅에서 꺼내놓은

지렁이를 먹기 전에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다른 새가 지나가며

근처에 슬그머니 앉아

얻어먹어 볼까 하며 눈치를 본다.

지렁이가 꿈틀 다.

땅속에서 나와서 추운지

온몸이 오그라든다.

새는 여전히 지렁이를 먹지 않고

가지고 논다.

먹을까 말까 망설이는지

아니면 아까워서 아끼는지

연신 지렁이를 들여다본다.

꿈틀거리다 못해 오그라든다.

 아주 작다.

그때 지나가던 새 한 마리가

지렁이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이내 뒤로 물러선다.

그들에게도 위계질서가 있고

차례가 있다.

잡은 새가 먼저 먹고

짝을 주고 식구를 주고

지나가는 새가 먹는다.

지렁이를 먹기 위해서는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지렁이를 잡은 새가

먹는 것은 아니다.

조금씩 나눠 먹는다.

혼자 먹으면

털이 다 뽑히는 것을 알기에

인내하며 기다린다.

혼자 먹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다.

질서를 어기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시식할 시간이 되는지

지렁이를 부리로 어본다.

죽은 듯이 웅크리고 있던 지렁이가

기절할 듯이 몸부림을 친다.

도망가기는 틀렸다.

그저 새에게 복종해야 한다.

먹으면 먹으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어디로 도망갈 수 없고

갈기갈기 찢어지는 수밖에 없다.

커다란 새 한 마리가

하늘을 빙빙 돈다.

지렁이의 싸움이 시작된다.

혼자 먹으면

나중에 다른 새들도

나누지 않는 것을 안다.

차례대로 와서 먹는다.

혼자 먹으면 안 되고 가져가 안된다.

죽은 듯

쭉 뻗어 버린 지렁이가

체념한 듯 가만히 누워있다.

찢어진 몸뚱이를

어쩌지 못하고 죽어간다.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길거리에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새들은 떠나고 바람이 지나간다.  

땅속이 더운지

지렁이 한 마리가

꿈틀거리며 땅 위로 올라온다.

지렁이는 어디론가

유유히 기어간다.

새가 오는지도 모르고...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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