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ng Sook Lee Apr 03. 2024

희미하게... 빛나는 세상


안개라면

차라리 좋을 텐데

미세 먼지
미세 플라스틱으로
세상은 온통 뿌옇다
앞이 보이지 않고
속이 보이지 않는다
어제의 기억이 안 나고
오늘 무얼 할지 모르고
내일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세상
궁금하지도
답답하지도 않다
희미한 세상에
사람들은
서로가 옳다고 떠들어댄다
정답이 아닌
오답이 맞는 세상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현실
손가락질을 하며
서로의 눈을 찌르고
귀를 막으며
서로의 가슴을 찢는다
안개 같은
미세먼지가 떠다니고
보이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이
침전되어 가는 세상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다문다
입을 열지 말고
듣지 말고 보지 말자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 않는 세상
할 말이 없어
침묵이 흐른다
바닷속으로
사람들이 빠지며
허우적거리고
숨을 내쉰다.
물방울이 점점 없어지고
사람들은
저 깊은 바닷속으로
조용히 가라앉는다
미세먼지도
미세플라스틱 도 없는
과거 어느 곳에서
화사하게 웃는다


(사진:이종숙)


작가의 이전글 4월... 드디어 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