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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y 15. 2024

화사한... 옷을 입고 온 봄



땅속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나오지 않던 싹들이
한꺼번에
땅을 들고
세상에 나

동네가 환하다

봄이란
정말 요사스러워

보이지 않게 오는데
때가 되기도 전에
안달을 한
나 자신이 부끄럽다

올 때가 되면
자연히 오는 것을
그 새를 못 참고
봄이
안 온다고
이러다 여름이 된다고
입방정을 떨었는데
미안하다

봄은 봄대로
생각이 있는데
믿지 못하고
기다리지 못하고
실망하고
체념한 내가 잘못했다

정원 가득
새싹을 피워놓고
보란 듯이

노란 꽃으로 단장하고

예쁜 모습으로
의젓하게 앉아있는 


해마다
올까 말까 하며
오지 않
기다리다 지쳐
잊고 있을 때
화사한 옷을 입고
사랑을 건네는
아름다운 봄이

드디어 왔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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