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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옷을 입고 온 봄

by Chong Sook Lee



땅속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나오지 않던 싹들이
한꺼번에
땅을 들고
세상에 나와

동네가 환하다

봄이란
정말 요사스러워

보이지 않게 오는데
때가 되기도 전에
안달을 한
나 자신이 부끄럽다

올 때가 되면
자연히 오는 것을
그 새를 못 참고
봄이
안 온다고
이러다 여름이 된다고
입방정을 떨었는데
미안하다

봄은 봄대로
생각이 있는데
믿지 못하고
기다리지 못하고
실망하고
체념한 내가 잘못했다

정원 가득
새싹을 피워놓고
보란 듯이

노란 꽃으로 단장하고

예쁜 모습으로
의젓하게 앉아있는


해마다
올까 말까 하며
오지 않
기다리다 지쳐
잊고 있을 때
화사한 옷을 입고
사랑을 건네는
아름다운 봄이

드디어 왔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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