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바람 따라... 가버린 폭염

by Chong Sook Lee


하루 잠깐 다녀간
바람이
폭염을 잠재우고
자연을 달래 놓았는지
미동조차 없는
나뭇잎은 숨죽인 듯
가만히
세상을 둘러본다

무섭게 달아오른
폭염은
비바람에
꼬리를 감추고
땅에 엎드려있고
겁먹은 새들은
하나둘 뜰 앞에 모여 앉아
지난밤
두려운 시간을
이야기한다

오고 가고
오르고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석양이 지는 인생
손에 쥔 것은
보이지 않고
남은 시간은 짧아진다

영원할 것 같은
청춘은
폭염처럼
사그라들고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찬바람이 싫어진다

부드러운
봄이 지나고
보내고 싶지 않은
뜨거운 여름은
떠나기 위한
짐을 싸는데
아직은
갈 시간이 아니라고
태양이 열을 뿜는다



(사진:이종숙)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