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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Nov 11. 2024

추억이 피어나는... 안개 낀 날


안개가 껴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아침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안개 낀 모습이
황홀하리 만치
아름답다


다 벗어버린 나무에
상고대가
뽀얗게 피어나고
들판에 서있는
누런 풀들이
하얀 서리를 맞고
갈대처럼
휘청거리며 바람에 휘날린다


오래전
이민 초기에
안깨낀 날처럼
앞이 잘 보이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던 때가
생각난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던 시간들
세월이 약이라고
이제는 안개가 껴도
햇살이 나오면
안개가
없어지는 것을 알기에
걱정 없이 산다


두려움도 없고
걱정도 없고
물 흐르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살다 보면
안개가 걷히고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쉬엄쉬엄 사노라면
어느 날 안개 없이
화창한 날을
맞을 것임을 알기에
안개를 뚫고
앞을 향해 걷는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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