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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Nov 12. 2024

비우면... 찾아오는 행복


더 많이 쌓기 위해
살았던 날들이
더 많이
비우기 위한 날이 된다

보물인 줄 알았는데
무겁게 누르는 짐이 되고
꽉 찬 것보다
텅 빈 것이 좋아지는 시간
치울 것도
버릴 것도 없는 것이 좋아진다

따지고 보면
다 놓고 가야 하는데
주섬주섬 모은 것들
하나둘 씩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간다

내게 와서
사랑받으며 살다가
새로운 주인에게 가는 세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데
차곡차곡 쌓아간 날이
허물어져간다

욕심도
이기도 버리고 나니
이토록 홀가분 한걸
끌어안고 살아온 시간
털어버린 나무들과
떨어진 낙엽들이
화사한 햇살에 반짝인다

무엇을 위하고
누구를 위한 시간이었는지
먼지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남은 날들을 위한
발걸음을 옮기는 시간이
동행하는 날
뒤돌아 보지 않아도
마음 가득한 사랑이 넘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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