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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Chong Sook Lee
Nov 27. 2024
얼음꽃이 피어나는... 싱그러운 아침
온 세상이 은빛으로 빛난다.
밤새 자연이 만들어낸 상고대가
꽃이 되어 피어나는 아침이다.
갑자기 온도가 내려가고 습하다 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자연이 너무 고맙다.
나뭇가지 하나하나가
얼음꽃을 매달고 있다.
날씨는 춥지만 얼음꽃이 피어있는
나무들을 보면 추위를 잊는다.
일찍 잠이 깨어 아침을 간단히 먹고
수영장으로 가는 길이
마치 별나라로 가는 길처럼 반짝인다.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자연의 신비로움이다.
가지마다 피어난 얼음꽃을 보며
겨울 아니면 이런 것을
볼 수 없음을 깨닫는다.
겨울이 싫다고,
겨울이 오지말기를 바라지만
겨울이 없다면 얼음꽃도
없을 것을 생각하니
겨울이 오히려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해가 뜨면 이슬처럼 녹아버릴
얼음꽃이지만 추운 밤에
고통을 참아가며 피워낸 꽃이기에
더 아름답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수영장에도 사람들이 별로 없다.
넓은 수영장에서
무념무상으로 수영을 한다.
걱정할 것도 신경 쓸 것도 없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
남편과 나만 건강하게 잘 지내면 된다.
많은 것을 원하지 않으면
이렇게 행복한 것을 모르면서
세월을 보냈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은
몇 가지 안 된다.
더 많이도 더 높이도 필요 없다.
평범하게 조용하게 살다 보면
걱정 근심이 가고 행복이 온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면 된다.
멀리 있는 것을 가지려 하지 말고
내가 가진 것을 즐기면 된다.
여행을 가면 행복한 줄 알았는데
여행이 가져다주는 피로감 또한
견디기 힘들어진다.
변함없이 이어지는
하루들의 잔잔함이 좋다.
아침 먹고 수영 가서 놀다가 와서
점심 먹고 쉬다 보면 저녁이 오고
드라마 몇 개 보고 자는
시시한 삶이 좋다.
사람들과 만나서 왁자지껄하며
노는 것도 좋지만
고요한 생활은 여유를 준다.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묘해서
좋을 때는 엎어졌다 뒤집어졌다 하다가
한번 서운하
면
돌아서서
원수가 되기 십상이다.
오해도, 화해도 젊을 때 이야기고,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노는 것이 좋다.
사람을 불러서 접대하고
이집저집
몰려다니는
것도 번잡스럽다.
가까운 사람이 오면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하면
부담스럽지 않고 좋다.
사람이 사는 동안
모든 것이 때가 있다는 말이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편하게 먹고 노는 게 최고다.
평생을 일하다가 정년퇴직을 하고
나름대로 취미생활을 하며
세월이 간다.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산책하고 수영하며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하는
지금이 좋다.
행복이 무엇인지 몰라서
방황하는 것이다.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삶을 살면
자연히 찾아온다.
행복이 특별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특이한 옷을 입고 있지도 않다.
행복과 불행은
인간들의 마음속에 있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면
행복이 내게 와서 자리를 잡는다.
수영을 하고
사우나에 가서 몸을 뜨겁게 하고
샤워를 하고 나오면 개운하다.
아침에 올까 말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하고 나면 개운한 생각을 하면
부지런히 오게 된다.
집에서 누워서 뒹굴거리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지만
매일매일 어딘가에 가서
무언가를 하는
계획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운동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가 여유로워 좋다.
새로 생긴 수영장이 좋아서 갔는데
이제는 오래되었어도
집에서 가까운 이곳이 더 좋다.
나름대로 정감이 있어
번잡하지 않고 조용하고
친절하고 편하다.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하고 싶은 운동을 하고 가면 된다.
좋은 곳에 가면
운동이 더 잘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과 더 친해지는 것도 아니다.
조촐한 곳이 더 좋다.
날씨가 추워져서 차를 타고 오지만
날이 풀리면 운동할 겸
걸어와도 좋은 거리다.
해가 하늘문을 열고 얼굴을 내민다.
아침에 꽁꽁 얼어붙었던 나무들이
조금씩 녹아간다.
며칠 전에 하루종일 퍼붓던 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눈 치우는 차들이 바쁘다.
추워도 눈이 안 오면 좋겠다.
얼음꽃이 피어나는
싱그러운 하루가 시작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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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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