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ng Sook Lee Dec 02. 2024

변하는 시대... 변하는 인정


좋아하는 물건이 있으면 만사 제쳐놓고 사러 다니던 시절이 간다. 싸고, 좋고, 마음에 들면 앞뒤 생각 없이 샀는데 생각이 달라졌다. 좋고 비싼 물건이 다 시시해져 간다. 필요한 것이 없으니 사고 싶지도 않다. 사는 기분에 사고, 바라보는 기분에 샀는데 사다 놓으면 그저 그렇고 짐이 되어 걸구 치기만 한다. 집집마다, 사람마다 물건이 넘치는데 쓰지 않는 물건이 많다. 몇 년 전에 어느 집에 초상이 나서 돌아가신 분을 위해 기도를 하러 갔다. 집안에 들어가는데 꽉 차있는 물건 때문에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구석구석 무슨 물건이 그리도 많은지 필요한 물건보다 보여주기 위한 물건들이 꽉 차있다. 벽에 걸린 달력은 몇 달 지난 날짜에 멈추어 있고, 여기저기 쌓여있는 책들은 먼지만 뿌옇게 쌓여 있는 게 보인다. 보지 않고 쓰지 않는 물건은 무용지물이다. 버리든지 상자에 넣어 두면 될 텐데 있는 대로 벌려놓은 살림 때문에 정신이 없어 기도만 하고 나오는데도 긴 시간처럼 느껴진 적이 있다. 사용하기 위한 물건이라면 괜찮은데 정리도, 청소도 안된 것이 보여 집에 오자마자 나도 몰래 늘어진 살림을 정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이 살려면 완벽한 정리는 불가능하고, 너무 지나치게 깨끗한 집에 가면 불편하기도 하다. 또 다른 예로 거의 완벽하게 정리를 하고 사는 친구가 있는데 가보면 먼지하나 없이 깔끔하여 내 옷에서 먼지가 나올까 조바심하며 있다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적당히 정리하고 사는 것은 필요하다. 옛날에는 물건이 귀하여 버리는 것이 거의 없이 살았다. 부모가 입던 물건도 물려받고, 낡은 물건도 애지중지 소중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시대가 변하여 물건이 넘치다 보니 생각 없이 사고, 유행이 지나가기도 전에 싫증을 내며 무조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지구상에는 가난한 나라가 많은데 쓰레기도 넘쳐난다. 멀쩡한 옷과 신발이 남아돌아가는데 물건을 계속 만들고 새로 나온 신제품을 산다. 몇 번 쓰다 보면 새것도 헌 것이 되는데 카드 한 장 가지고 나가서 사다 보면 나중에 남는 것은 쓰레기를 산 것이나 다름없다. 가까운 곳에 있는 큰 도로에 사거리가 있다. 그곳에는 길목마다 몇 명의 노숙인이 구걸을 한다.


옷이 없는 것인지 떨어진 옷을 입고 추위에 떨고 있어 지나가다 보면 가엾은 생각이 든다. 나라에서 보조도 해주고 도움을 주는데 이유를 알 수 없다. 사회복지 제도가 좋은 이곳에는 노숙인을 위 집과 음식과  생필품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혜택을 거부하는 사람이 많은데 놀란다. 어딘가에 무언가 제약을 받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인데 추운 겨울에 옷이나 신발이라도 제대로 입으면 좋은데 그렇지 않다. 쓰레기는 버릴 곳이 없고, 사람들은 만들고 사고 버리는데 정작 추위에 떠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 배고픈 설움이 크다고 하는 말이 있다. 춥고 배고프고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추운 겨울을 견디며 봄을 맞이하면 좋겠다. 세상은 공평하고 공정하다는 말이 허공에 맴도는 현실이다. 무엇을 위한 삶인지 모를 때가 많아진다. 잘살기 위한 삶인지, 남을 위한 삶인지 알지 못하지만 오늘도 추운 겨울 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사람이 뛰어다니며 손은 내민다. 삶이 좋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빛이 없는 곳은  존재한다. 있는 사람은 눈이 왔다고 좋아하고, 없는 사람은 한숨을 쉰다.


눈이 와서 스키를 타려고 나섰는데 날이 풀려 눈이 녹아서 스티를 못 타서 실망했다는 어떤 이의 인터뷰가 귀에 들린다. 하루 한 끼 먹는 것도 거리에서 떨어야 얻어지는 사람이 있고, 눈이 녹아서 스키를 못 타서 속상해하는 사람도 있는 세상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삶이 때로는 너무 화려하고 사치스럽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한편에서는 비참하게 살기도 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물같이 살 수도 없고 불같이 살기도 힘들다. 하고 싶고 갖고 싶어도 참아야 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견뎌야 한다.


추운 겨울에 모든 생물들은 봄을 기다리며 어딘가에서 견딘다. 있는 것을 나누는 시대가 지나고 무료급식소에도 질과 영양과 양이 먹는 사람을 충족시켜야 하는 시대에 산다. 거지가 오면 먹다 남은 찬밥을 건네주 시대는 지구상에 없다. 인간은 모두 공평하다 하여 빈부에 관계없이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는 시대이다. 고급진 물건이 부자들만을 위한 특혜이고 세상의 모든 혜택은 부자들의 공유물이기에 돈을 벌려고 한다. 돈으로 해결되는 일이 다반사인 세상이고 돈이 있어야 대접을 받는 시대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12월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특별한 선물을 사주고 싶고 누군가에게 소중한 선물을 받고 싶어지는 시기다. 돈이 많으면 생각나는 대로 물건을 사서 선물을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해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해도 빡빡한 현실은 사람들을  멈칫하게 한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필요한 것은 다 가지고 있는 시대이지만 새로운 물건들은 시시때때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일 년에 한 번 서로에게 무언가를 선물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하루를 위하여 가정경제에 위기를 가져오기도 한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아이들에게 물건으로 선물을 하지 않는다. 큰돈이 아니라도 돈을 주면 각자 필요한 것을 사는 것이 좋은 것 같아 돈으로 선물을 대신한다. 내 눈에 좋다고 아이들 눈에도 좋은 것이 아니고 내 생각에 필요할 것 같아도 쓰지 않으면 먼지가 쌓이고 결국 쓰레기가 된다. 멋진 선물을 사러 다니는 것도 상당한 시간과 열정이 필요하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취향도 변하지만 돈은 누구나 필요하고 좋아한다. 선물을 사서 포장하고 카드를 쓰며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시대가 가고 누구나 좋아하는 돈을 주고받는 시대에 산다.


(사진:이종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