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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가장 어두운 이유

by Chong Sook Lee



깊어지는 어둠
새날이 다가오는 새벽
요지경같이
알 수 없는 세상에
온갖
희한한 일을 보며
살아간다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생겨나고
없어야 할 일이
일어난다


불로 타버린 도시

전쟁으로
사람들이 죽고
폐허가 되어
뼈대만 남은 도시
헐벗고 굶어 죽는 사람들
그 틈새에
호의호식하는 사람들
운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참혹하다


혼란의 시기
방황의 아픔
갈등과 분열의 끝은
죽음의 길이고
자폭의 길인데
빼앗기 위해
몸부림치는 자들
죽음과 어둠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억지를 부리지만
하늘과 땅이 안다


새벽은
어둠을 뚫고 오고

봄은

살벌하게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운다
죽을 것 같아도

죽지 않고
꺾일 것 같아도

꺾이지 않으며
진실은 거짓을 파헤친다


춥고

어두운 밤은 가
새로운 날이 오고

가지 않을 것 같은
추운 겨울은 가고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은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온다


아무도

가는 겨울을 잡지 못하고

오는 봄을 막지 못하고

하늘과 땅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주인이 있어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고

빼앗는다고 뺏기지 않는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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