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따라
구름 따라
정처 없이 가는 세월
무엇을 위해
어디로 향해 가는지
쉬지 않고 간다
돌아보면
별것 아닌 삶인데
사력을 다해
살아온 지난날
무엇이 그들을 살게 하는가
누가 그들을 이곳까지
데리고 왔는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앞으로 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열심히 살면
잘 살 줄 알았는데
삶은 그게 끝이 아니다
살다 보면
좋은 세상이 올 줄 알았는데
사람들은
더 잔인해지고
세상은
악랄하게 변해간다
자신의 흉악한 모습을
숨기고 감추기 위해
횡포를 부리고
빼앗기 위해
손발을 묶고
독 안에 가두는 세상
꼼짝없이 앉은자리에서
두 눈 멀쩡히 뜨고
죽어가는 현실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뺏어야 살고
죽여야 사는 게 인생인가
바람이 심하게 분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세상은 암흑으로 덮인다
그들이 원하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치욕과
자멸이 눈에 보인다
백 년의 세월 동안 세운
공든 탑이 무너진다
폐허가 된 도시에
피눈물과 슬픔이 묻히고
원하는 세상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언젠가 다시 일어날
그들의
곡성이 사방에 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이고
귀를 막아도 들리고
죽인다고 위협해도
결코 죽지 않는 도시
세찬 바람으로 휩쓸리는 악몽
꿈이라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