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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은... 추억을 꺼내보는 날

by Chong Sook Lee


인간도 동물처럼
겨울잠을 자며
겨울을 나면
어떨까
오늘 아침 온도는
영하 31도에
체감온도는 영하 37도
상상이 안 가는
살인적인 추위


눈 쌓인 창밖은
아름답지만
지나가는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고
집안에 난로는
열심히 돌아간다


회색하늘 아래에는
피곤한 반달이
가로등과 함께
세상을 밝히며
아무런 일도
생겨날 것 같지 않은
평화로움

산짐승들처럼
겨울잠이라도
자고 싶은 날이다


한잠 자고 나면
봄이 오고
봄여름가을
뛰어놀다 보면
다시 잠을 자며
추운 겨울을 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추운 아침


더 추운 곳에 사는
사람도 있으니
벽난로에 장작 때며
고구마나 구워 먹고
불꽃 속에 피어나는

추억을 꺼내보며

불멍 하는 날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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