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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오는데... 꽃이 시들어간다

by Chong Sook Lee


바람이 분다
세상을 어지럽게 한
어제의 바람이
먹구름을 만들고

달이 태양을 가린다


밝아야 할 대낮은
암흑에 쌓이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
세상은 이제 낮이 없는
깜깜한 밤이 되었다

한낮
헛된 미움과 증오로
허물어지는
인간의 치졸한 감정
부서지고
찢기며 서로를 할퀸다

내편 네 편
편 가르기에 혈안이 되어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어리석음
비뚤어진 세상에
기대조차 사치스럽다

차라리
죄 없는
벌거벗은 나무가 되어
하늘을 향해
정답을 묻고 싶은 심정
답이 없는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아침


봄은 왔어도

봄이 보이지 않는 봄

꽃이 피지 않아도

봄은 말없이 오고 간다

어둠 속에서

피지 못하는 꽃이

시들어가는 긴 겨울이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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