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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바람으로... 오는 봄

by Chong Sook Lee


하늘과 땅이
거의 동색이라
하늘인지
땅인지
구분이 안 간다

그토록
많이 내렸는데
아직도
내릴 눈이 더 있는지
회색 하늘이
눈 덮인 땅을
내려다보고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
어딘가에 내려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무 위에도
눈이 내려앉아
여러 가지 모양으로
쌓이고 녹기를
반복하여
누워있는 곰과
강아지나 토끼 같은
모습이 보인다

지붕 위에
피크닉 테이블 위에
눈사람 위에
가만히 앉아서
눈이 녹기를 바라며
오는 눈을 맞으며
하늘을
원망하지도 않고
지나가는 바람을
피하지도 않는다

오기 싫은데
오는 눈처럼
오는 눈인데도 쌓인다
바람이
데려다주는 곳에
얌전히 앉아
바람이 어딘가로
데려다줄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는 눈
그 안으로
봄이 다가온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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