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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봄이... 오려나보다

by Chong Sook Lee


갑자기
좋아진 날씨 덕분에
괜히 마음이
들뜨고 설렌다

봄이 온 것도 아닌데
봄처럼 따뜻해서
봄이 왔나 하는
착각으로 하늘을 보니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모이고 흩어진다

새들도 덩달아
날아다니고
따스한 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힌다

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2월 하순에
살짝 얼굴을 내미는
봄이 있어
겨울의 혹한을 잊게 하고
꽃이 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가득하다

아무도 모르게
땅속으로 오는 봄은
겨울이 잠깐
방심할 때
한 걸음씩 달려오며
숨바꼭질한다

심술궂은 겨울이
가던 길 멈춰 서서
뒤돌아 보면
봄은
오던 발길 멈추고
나뭇가지에 매달리고
양지쪽에 앉아서
겨울의 눈치를 보며
기다린다

태양이 눈을 녹이고
세상의 허물을 벗기면
눈밑에 숨어있던
파란 잔디들이
기지개를 켜며
겨울잠을 깨고
달려오는 봄을 반기고 싶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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