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어이... 오고야 마는 봄

by Chong Sook Lee


눈 내린
아름다운 세상
맑은 하늘에
하얀 들판은
눈부신 햇살로
곱게 피어난다

소나무 위에
앉아있는
소복하게 쌓인 눈
눈꽃이 되어
어제의
마음을 녹인다

하얀 눈 위에
선명한
앙증맞은 토끼발자국
하얀 눈 위에
하얀 털의 토끼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다간 자국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
간밤의 토끼처럼
나도 덩달아
눈 위에서
철없이 뛰어보고 싶다

햇살이
내려앉은 곳에
눈이 사르르
녹아내리고
봄이 온 줄 알고
세상구경 나온
튤립이 파란 이파리로
인사를 한다

동장군이
심술을 부려도
오고야 마는 봄을
이길 수 없어
겨울은
후다닥 도망을 간다


(사진:이종숙)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