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동네... 구수한 동네

by Chong Sook Lee


라일락 꽃 향기가

동네에 퍼지고
마가목 나무에

파란 열매가 익어가고
연분홍색 예쁜 사과꽃이

만발하게 피었다가
꽃이 진 자리에
새파란 사과가

당알당알 매달려 있는

정다운 동네

어린 토끼 한 마리가
이웃집 앞마당에
앉아서 졸고 있다
오래된 동네라서
산뜻한 모습은 없어도
구수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좋다

집집마다
올망졸망하던
많은 아이들이
모두 성장하여 나가고
나이들은 부모들만
집을
지키고 사는 동네
아무런 일도 없고
조용하고 한적하다

초등학교와
병원과 쇼핑센터가
가까이 있고
소방서와 요양원과
치과와
전문의들이 있어
여러 가지로 편리한 동네

동네를 걷다 보면
오래 살아

서로를 알고 있는
이웃들을 만나고
자주 만나지 못해도
같이 늙어가는 그들은
고향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아이들 소식을 전해 듣고
같이 늙어가는
인생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웃고 이야기하며
행복을
한 아름 안고 돌아온다

나무와
꽃이 많은 동네
나무 꼭대기에서
졸고 있는 까치를 만나고
나무를 타며
재주를 부리는
예쁜 다람쥐도 만난다

아무런 일도 없는
조용한 동네
무엇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없어도
반백년이 넘은 동네에는
정과 사랑이 넘쳐
한번 이사 오면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한 동네다

특별한 일이 없고
새로운 소식도 없이
하루하루 평범하게
오래도록
동네를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에
활짝 핀 보라색 꽃이

손을 흔든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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