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가을이... 숨바꼭질하는 오후

by Chong Sook Lee


한가한 오후
구름이 하늘에서 놀고
바람은 낮잠을 잔다
구름뒤로
날아가는 비행기 소리
까마귀 새끼가
배가 고픈지
애절하게
엄마를 부르는 소리
멀리서
앰뷸런스가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간다


어디서 날아온
하얀 나비가
꽃을 찾아다닌다

쑥갓 꽃에 앉을까
유채꽃에 앉을까
아니면
황금색 금잔화 꽃에 앉을까
망설이다
하얀 고추꽃을 지나쳐
오이꽃으로 가서 살며시 앉는다


며칠 내린 비가
여름을 데려가고
가을을 데려다 놓는다

더운 듯 쓸쓸하고
쓸쓸한 듯 더운
늦여름의 나른한 날씨
가는 여름이 아쉬워
하늘을 보고
빨갛게 익어가는
마가목나무 열매에
지난여름을 이야기한다


마음껏 사랑하고
정성껏 살아온 나날
조금씩 변하는 나뭇잎
아직은 아닌데
서두르는 계절에
떠다니는 구름조차
서글픈 듯
가을을 내려다보고

여름과 가을이

숨바꼭질하는 오후가 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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