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오후
구름이 하늘에서 놀고
바람은 낮잠을 잔다
구름뒤로
날아가는 비행기 소리
까마귀 새끼가
배가 고픈지
애절하게
엄마를 부르는 소리
멀리서
앰뷸런스가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간다
어디서 날아온
하얀 나비가
꽃을 찾아다닌다
쑥갓 꽃에 앉을까
유채꽃에 앉을까
아니면
황금색 금잔화 꽃에 앉을까
망설이다
하얀 고추꽃을 지나쳐
오이꽃으로 가서 살며시 앉는다
며칠 내린 비가
여름을 데려가고
가을을 데려다 놓는다
더운 듯 쓸쓸하고
쓸쓸한 듯 더운
늦여름의 나른한 날씨
가는 여름이 아쉬워
하늘을 보고
빨갛게 익어가는
마가목나무 열매에
지난여름을 이야기한다
마음껏 사랑하고
정성껏 살아온 나날
조금씩 변하는 나뭇잎
아직은 아닌데
서두르는 계절에
떠다니는 구름조차
서글픈 듯
가을을 내려다보고
여름과 가을이
숨바꼭질하는 오후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