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옵니다
더위를 시켜주는
여름 소나기가 아니고
가을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옵니다
더워 더워하던
뜨거운 여름이 가고
추워 추워하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잠시 들려
이별을 이야기하는
아름답고도
쓸쓸한 가을이 옵니다
가라고 하지 않아도
가는 여름
오라고 하지 않아도
오는 가을
오락가락하며
오고 가는 비가
가을을 데리고 옵니다
푸르름을 자랑하던
나뭇잎들은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가을을 맞습니다
꿈 많던 봄
뜨거웠던 여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이제 가을을 살아야 합니다
돌아가지 않을 여름이
남긴 소소한 추억을
어루만져야 합니다
가야 한다면
보내야 하고
와야 한다면 맞이하며
새로운 희망에 또 한 번
밤잠을 설치며
설레어야 합니다
사랑을 전하고
그리움을 안고
다시
만나는 그날을 위해
우리는
긴 잠을 자야 합니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봄이 피어나는 날
어두웠던 날들을
기억하며
새 생명을 끌어안고
다시 만날 그날을 위해
축가를 부릅니다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