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 언덕에 늑대 한 마리가 서 있다 무엇을 한참 보더니 체념한 듯 간다 토끼가 놀던 운동장에 토끼가 없다 늑대 출몰에 겁쟁이 토끼는 어딘가로 도망을 갔나 보다 전염병이 돌고 학생들은 학교를 오지 못하고 학교는 텅 비어 있다
늑대가 동네를 돌아다닌다 건널목에서 늑대가 길을 건넌다 차를 세우고 바라보았다 늑대는 차를 향해 앉아서 우리를 바라본다 늑대를 보고 까치들이 몰려온다 늑대는 못본척하고 까치를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간다 까치들은 늑대를 쫓아가며 약을 올린다 늑대는 참는다 묵묵히 앞으로 걸어가고 까치들은 그냥 날아가 버린다
며칠 전 신문에 늑대 이야기가 실렸다 텅 빈 학교 이동식 교실 아래 공간에서 늑대가 출산을 했다 새끼 두 마리가 서로 놀고 있는 사진이었다. 토끼가 없다 왔다 갔다 하는 토끼 몇 쌍이 안 보인다
산책을 나가서 걷고 있는데 늑대 한 마리가 길을 건너온다 차들이 서서 늑대가 길을 건너가기를 기다린다 늑대는 새끼 늑대가 있는 학교로 급히 걸어간다 아무도 해치지 않고 누구도 가까이 가려하지 않는다 늑대는 학교를 점령했다 아무도 없는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가 보았다 엄마 늑대가 경계의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새끼 늑대가 여러 마리 있다
5마리의 새끼 늑대가 엄마와 놀고 있다 두 달은 넘은 듯 많이 컸다 엄마가 언덕을 넘지 못하게 하는지 약간 움푹 파인 곳에서 재미있게 논다 옆에 보니 커다란 뼈가 흩어져 있다 토끼를 잡아먹었나 보다 늑대가 새끼를 낳고 기르며 배가 고파 토끼를 잡아먹었나 보다 새끼 늑대들이 크면 그들은 숲으로 갈까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늑대와 한동네에서 함께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산책길은 조용하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인기척이 들리면 개들이 짖어 대는데 늑대가 온 이후로 개들은 짖지 않고 있다 토끼처럼 잡혀먹지 않으려고 죽은 척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