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가을이... 살며시 다가옵니다

by Chong Sook Lee


낮에는
여름과 다름없이
햇볕이 따가워
그늘을 찾아 걷지만

조석으로

찬바람이 부는
9월 하순에 접어들고
10월도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람들은
가을 여행을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싸서
어디론가 떠나는 가을
또 한 해가
지나가는 모습에
허탈한 마음이 앞섭니다

열심히 산다고
살아왔는데
이맘때가 되면
자꾸 뒤돌아 보게 됩니다
욕심 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하면서도
자꾸만 미련이 생깁니다

할 일을 미루며
살아온 것 같아
정리를 하고
청소를 하지만
시간은 자꾸 가고
몸은
자꾸만 가라앉습니다

뭐라도 해야지
생각하다가도
귀찮고
의욕도 없어지고
하면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만둡니다

아름다운
산천 초목이
조금씩 시들어가고
남아 있는 이파리 보다
낙엽이 더 많이 쌓이는
쓸쓸한 거리

피어나기 위해
살던 날들이
이제는
지고 떨어지며
갈 곳을 찾아 방황하는
허무한 시간입니다

오면 가야 하고
쌓으면 허물어야 하듯이
삶은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가는 것
사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사는지 모릅니다

하나 둘 떨어져 뒹구는
낙엽이 되어
떠나야 하는 것을 알아도
여전히 살아남기 위해
안달하고 경쟁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말든
해야 할 일을 하고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뒤돌아 보지 않고
떠나는 자연

앞서고 뒤서며

피고 지는 자연을 보면

마음이 평화롭습니다


하늘을 보고

햇살을 맞으며

바람과 비와 함께

한 세상 살아가는 자연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어도

피하지 않고

거부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


잘한 일

못한 일 따지지 않고

최선을 다하여

살다가 떠나는

순수한 자연을 닮고 싶습니다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