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 세상이 흔들린다

by Chong Sook Lee


무서운 바람이 분다
어디서 온 지도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바람이
거대한 괴물이 되어
세상을 뒤흔들고
나무들은
하늘을 본다

해가 떠야 할 시간인데
어둠을 품고
태양을 내놓지 않는다
바람이 삼켜 버린 태양
구름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태양은 힘을 잃고 있다

아무도
도울 수 없는 곳에서
하늘의 뜻을 기다리고
바람의 마음이
열리기를 기원하지만
닫힌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고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닥치는 대로
세상을 부수는 바람

세상이 찢어지고
뿌리마저 흔들리며
어제를
삼켜 버리는 나무
하늘이 땅을 덮고
땅이
하늘로 솟구치는 세상

바람이 심하게 분다
누구를 위한 바람인지
살아남을 나무가
어느 것인지 알 수 없는
무서운 바람 앞에
하늘은 침묵한다

철면피 같은 바람이
아무런 소리 없이
세상을 뒤집으며
새로운
날이 온다고 한다

비틀거리며
시궁창에 빠져
허우적대는 낙엽들이
이대로
그냥 갈 수 없다고
온몸을 뒤집으며
들고일어나는 세상

무서운 바람이
멈추는 시간까지
나무들은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며 엎드려
기다리기만 하지 않는다

바람이 불어도
살아나가야 한다고
춤을 추는 바람에 맞서
이겨나가야 한다고
두 팔을 벌려
먼 곳에서 태양이
하늘을 열 때까지
바람과 싸워야 한다

세상을 파괴하고
두려움과 증오를 만들고
거짓과 위선을
퍼뜨리는
살인적인 바람을
맞서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

바람 따라
춤을 추고
바람 때문에
꺾어지고
바람과 맞서며
죽어가는 나무들이
즐비하게 누워서
하늘을 본다
바람이 멈추는 날이 온다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