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물들며... 익어가는 가을

by Chong Sook Lee


천국이 아름답다고
하는 말을 하지만
이처럼
아름다울 수는 없다
세상이 울긋불긋
가을은
저마다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뺏는다

낙엽이 쌓인 산책길
미련 없이 벗어버린
나무들의 빈가지
하늘이 닿을 것 같은
나무꼭대기에
노랗고 빨간 단풍잎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약속이나 한 듯
우수수 떨어진다

각자의 자리에 떨어져
땅에 누운 낙엽
사람들의 발길에
짓밟히고 찢어지고
바스러져도
누구 하나 원망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파란 하늘을 본다

꽃샘추위를 이겨내
싹을 피우고
잎을 기르던 나무
무섭도록
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아름답게
물들인 나뭇잎을
조용히 떨구며
겨울을 준비한다

긴 겨울
눈이 오고 바람이 불어도
다시 피어나는
봄을 위해
기다리고 인내하는 나무
오늘의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한
희생과 헌신의 노력

가을이 간다 해도
또다시 만나는 날을
기약하는 가을
하나 둘 떨어지는
나뭇잎에는
사랑과 미움과
원망과
고뇌가 있지만
감사의 마음으로
포옹하며 떠난다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