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는 새들이 놀고... 집안에는 가족들이 웃는다

by Chong Sook Lee


죽은 가지를 떼어내어
가운데가
텅 비어 버린 나무에
새들이 보이지 않아
둥지를
아주 떠난 줄 알았는데
새들이
다시 돌아와
몇 개 남은 가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가지를 오르내린다

오래된
죽은 가지 때문에
나무가 죽어가는 것 같아
잘라주었더니
새들이 낯설었는지
다른 곳으로 가버려
아주
가버렸나 보다 했는데
다시 돌아와
짹짹 거리며 논다

새들도
정들은 나무지만
우리도
정들은 새들이 없으니
왠지 허전하고
기다려졌는데
와서 오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다

오래전
아이들이 성장하여
집을 떠날 때마다

북적대던 집안이

절간 같아서
보고 싶은 마음에
목놓아 울고
그리워하며
아이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며
시간이 흘렀다

아이들이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며
손주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텅 빈 집이
어느새 다시 북적대고
시끌시끌한 집이 되어
사람 사는 것 같다

나무에는
새들이 깃들고
집에는 사람들이
들랑거려야 한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것이 좋고
아이들이
바쁘게 오고 가며
사는 집이 최고다

남편과 둘이
손잡고 온 이민 길
45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고 나니
가족은 13명의
대가족이 되어
아이들이 성장하고
다섯 명의

예쁜 손주들이 자라는 지금

우리가 있음으로
아이들과 손주들이

오고 가며

기쁨을 주고

희망을 주는 것처럼
남아있는 나무에
다시 돌아와
편안히 놀고 있는 새들이
행복을 가져다준다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