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내리고도
모자란다는 듯이
주먹만 한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다.
멀리서 오는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가 걱정이 되어
회색 하늘을 본다.
아직도 내릴 눈이 많은지
여전히 내리는 눈이 야속하다.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한 날을 만들어
기념하는 것은 좋은데
이런 날 하필
폭설이 내리는지 모르겠다.
겨울이고
눈이 오고 추운 것은 당연한데
오기 전부터
날씨가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이들이 올 때마다
눈이 오고 추우니
하늘이 원망스럽지만
그저 와서 잘 놀다가기를 바랄 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맛있는 음식이나
많이 만들어 먹이는 것이 최고인데
나이가 들어가니
머리도 몸도 예전 같지 않다.
머리는 이것저것 생각을 해도
막상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힘들게 몇 가지 해놓고 보면
부족한 것 같아 마음만 바쁘다.
우리보다
더 잘 먹고 잘 사는 아이들이라
걱정할 필요 없는데
아이들이 오면 먹을 것 챙기려고
마음이 괜히 바쁠 때는
오랜만에
친정에 가던 때가 생각이 난다.
가까이 사는 것도 아니고
외국에 사는 딸이 온다고 하면
며칠 전부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장만하시던
친정 엄마였는데
지금의 내가 그렇다.
아이들이 오면
잠자리, 먹거리를 준비하느라
평소에 미루었던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하며 오는 날을 기다린다.
아이들이 자란 집이지만
이불 빨래도 해놓고
버릴 것 버리고
깨끗하게 해 주면
좋아하기에 신경을 쓰게 된다.
아이들은
편하게 다녀가는데
나만 괜히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 같아도
사실 나름 즐기는지도 모른다.
남편과 둘이 간소하게 살아
몸과 마음이 편해서 좋은데
너무 해이해지는데
어쩌다 오는 아이들로 하여금
다시 활력을 되찾는 것이 좋다.
평소에 늘어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세월타령만 하다가
아이들이 온다고 하면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된다.
깨끗하고 멋진 집에서 사는
아이들이 조금도 불편함이 없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덕분에 집안 청소까지 하게 되어
집에 오는 아이들이 고맙다.
힘들면 쉬고
그래도 안되면 한숨 자고 하면
되는 집안일이다.
급할 것도 없고
힘들 것도 없이
하루하루 조금씩 나누어하면
제자리에
들어간 살림을 보면 행복하다.
가지고 있을 것보다
버릴 것이 더 많아지고,
필요한 것보다
필요 없는 것이 더 많아지는
세월이기에 아이들 핑계로
간혹
대청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쓸 것 같아서 놔두었던 물건들이
쌓이면 정리가 아니라
숨기고 감추는 것인데
마음먹고 제대로 된 정리를 하면
빈 공간이 생기고
마음도 청소가 된다.
모으고 쌓으면 좋은 것 같아도
세월 따라 쌓이는 먼지처럼
청소를 해야 하는 살림인데
아이들 덕분에 정리가 된다.
멀리서
폭설을 헤치고 오는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와서 편안하게 놀다가기를 바라는
엄마 마음에
힘든 줄 모르고 움직인다.
아이들이 왔다 가면
몸살을 앓는 게
행사처럼 되지만 만나는 기쁨에
온 집안을 오르내리며
준비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걱정을 하지만
나를 멈추지 못한다.
엄마이기에 가능한 일을
아무도 못 말린다.
이렇게
연말에 한번 다녀가면
몇 달 못 볼 생각에
해 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해주는 행복이다.
눈이 그만 내리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무정한 눈은 계속 내린다.
아이들이 잘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반찬 하나라도 더 만들며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