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낚는 재미에... 베짱이가 되어 산다

by Chong Sook Lee


해야 할 일이 많고
생각이 많아
기억하는 것도 많았던
수많은 날들이
지나고 나니
기억하는 것들은 줄어들고
할 줄 아는 것은
점점 하기 싫어진다

무언가를
하긴 해야 하는데
움직이기도 싫고
기억도 없고
계획도 없이
귀찮아지는 이유를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해결해야 하고
정리해야 하는 것들은
쌓여만 가고
누군가가
해줄 수도 없는데
억지 배짱으로
세월을 까먹고
시간을 죽이며 산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이 말없이
흘러가게 놔두고
가는 세월을
바라만 보고 있다

영원히
잊지 않을 것 같아
적어 놓지도 않은 것들은
하나둘 빠져나가
남은 것은 적어지고
해야 할 일은
쌓여가고
시간은 가고
하기는 싫고
철없는 아이가 된다

내일 한다고
하지 않고
미루어 놓은 것들은
수많은 내일이
오고 갔는데도
하지 않은 채로 그대로 있다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시간이 나면
넋 놓고 텔레비전을 보고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핸드폰을 들고
시간여행을 하는 삶

가는 세월은
허무하게 보내고
오는 세월은
의미 없이 놀고먹으며
할 일은 하지 않고
보내며 살다 보면
손을 펴고 눈을 감는
밤이 온다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을 때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아도
세월을 낚는 재미에
베짱이가 되어 산다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