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도... 세상은 돌아간다

by Chong Sook Lee


바람이 분다
세상을 뒤집을 듯이
부는 바람
어디서 왔는지
심술이 보통 아니다
나뭇가지를 꺾을 듯이
무섭게 부는데도
나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흔들어 댄다

바람은 불고
나무는 춤을 추고
나는 창밖을 내다보며
괜한 걱정을 한다
바람이 불면
집에 있으면 되는데
나가지도 않으면서
걱정을 사서 한다

이런 날은
집에서 밀린 일을 하고
정리를 하면 된다
할 일을 찾아보면
구서구석
손길을 기다리는데
모른 척 외면하며
바람 부는
바깥걱정을 한다

오고 가는 바람이야
불다가 말 텐데
바람 걱정 하지 말고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집안일이나 하고
밀린 청소나 하자

바람이 불고 나면
지난가을
미처 떨어지지 못하고
남아 있던
낡은 나뭇잎들이
미련 없이 떨어지고
얼었던 땅도 녹으며
봄을 불러오리라


바람은

불어온 방향으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가는 길이 험해도

굽은 길 낮은 길

오르내리며

가야 할 길을 찾아

부는 바람

가는 바람 보내고

오는 바람을 만나자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