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의 행패... 그래도 봄은 온다

by Chong Sook Lee


봄이 오는 길목에는
군데군데
동장군이 보초를 섭니다

눈아래에
숨어있는 크고 작은 얼음
자칫 잘못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으며
넘어지게 하고
봄바람이 오는 길을
막아서며
찬바람을 불어대고
눈 위에 앉아서
봄이 오는 길을 방해합니다

햇살에 녹아
신나게 흐르는 계곡물을
밤이 되면
다시 얼리는 동장군
봄이 오는 줄 알고
나와 놀던
다람쥐와 새들이
어디론가 숨어버린 숲 속
동장군의 행패로
다시 겨울이 됩니다

해가 길어지고
밤이 짧아지면
더 이상
심술을 부리지 못하고
짐을 싸고 돌아갈 동장군
아직은 아니라며
다시 주저앉아
심술을 부려서
두꺼운 옷이
무겁고 투박하여도
벗지 못하고 삽니다

땅이 조금씩
허물을 벗고
보이지 않던
파란 싹이 피어날 때까지
가지 않을 동장군
그래도 봄은 오기에
가기 싫어
뒤돌아 보며 아쉬워해도
봄이 오는 길을
막지 못하고 가야 합니다

심술궂은 동장군이
앞길을 막아도
동네 어귀에서
방해해도
따스한 햇살을 불러
손잡고 오는 봄을
만나는 길목에는
희망의 꽃이 핍니다


(사진: 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