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온다
눈인지
이슬비인지
아주
조금씩 내리던 눈이
차곡차곡 쌓이고
또 쌓인다
눈을 잔뜩 안고 있는
회색하늘에
얼마나 많은 눈이 있는지
쉬지 않고 내려 보낸다
이상기온으로
봄을 초대하며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갑자기 돌변한 날씨
폭설과 북풍을 몰고
다시 돌아온 겨울
내리고 또 내리고
쌓이고 쌓이는 눈
쳐도 쳐도 계속 내려
설국이 된 세상
마음대로
앉고 싶은 곳에 앉아서
저 나름대로의
모습을 만들어
존재를 알리는 눈
소나무와 전나무 위에
쌓이는 눈이
귀여운 동물의 모습을 하고
살포시 앉아 있다
나뭇가지에 앉아서
편히 쉬는 눈과
마가목 나무의
빨간 열매에
하얀 고깔을
곱게 씌워주는 눈
눈을 덮은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겨울은 마치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의기양양하고
급하게 오던 봄은
잠시 숨을 고르며
웅크리고 앉아서
겨울이 가기를 기다린다
녹아 흐르던 계곡물은
다시 꽁꽁 얼어붙고
숲에 사는 동물들이
다시 숨어버린 숲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눈이 쌓이는 만큼
가까이 다가오는 봄
세월을
이기는 계절과 함께 산다
눈이 온다
하루 종일 계속 내린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하염없이 내리는 눈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영하 26도
체감온도 영하 35도라는
혹한의 날씨와 함께 사는 이곳
겨울이 있기에 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