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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Jun 30. 2020

지금은... 내일을 향한 오늘의 선물이다


옹기종기 모여앉은 꽃들이 정겹다.(사진:이종숙)



사람의 명이 길어져 100살 넘게 사는 사람이 흔한 세상이다. 음식이 좋아지고 생활이 편해지긴 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인간 역사이래 최고라 한다. 인간은 신약을 개발하고 더 좋은 세상에서 더 오랫동안 행복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지만 아무리 좋은 세상이 되어도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다. 인간의 수명은 운명과 같아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100살을 넘기면서 정정하게 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금 지구 상에는 태어나는 사람은 적어지고, 나이 든 사람은 죽지 않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난리고,  인공지능이 나날이 발달하여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며 인간은 편해진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인공지능에게 빼앗겨,  일이 없어 직업을 구하기 힘들지만 힘든 일은 하려 하지 않는다.

호사다마라고 좋은 일 뒤에 반드시 나쁜 일이 따라다닌다. 편해지기 위해 연구를 하고, 연구한 것이 삶을 기름지게 하지만 결국 인간의 삶을 불안하게 하고, 해치기 때문이다. 인간은 물물교환으로 필요한 물건을 바꿔 쓰다가 돈이라는 것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 돈을 만들었다. 돈의 노예가 되어 돈이 사람들의 머리에서 사람을 움직이듯 인공지능을 보며 신기해하고 편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해 본다. 나이 든 사람들이야 그럭저럭 살아온 대로 살다 가면 된다고 하지만 새로 태어난 아이들이나 미래에 태어날 아이들의 운명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들의 세대와 우리 세대가 이렇게 다른데 앞으로 오는 다음 세대 들은 어떤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하다. 사람이 한번 편하게 살면 불편하던 시절을 잊어버리고 자꾸 편한 세상을 원한다.

몸도 마음도 달라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살게 된다. 바닥에 앉아 생활하다가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며 얼마나 편했던 것은 잊어버리고 몸은 절대로 바닥에 앉지 못하게 된다. 누가 말을 해서도 아니고, 시켜서도 아니고, 몸이 기억하며 거부하는 것이다. 그처럼 수많은 것들이 우리 몸을 통해 인간을 변화시키며 받아들이며 산다. 사람들이 일거리가 없어 밥을 굶어도 어렵고 힘든 일을 절대 하지 않는 이유로 국가에 노동력이 부족하여 가난한 국가에서 인력을 수입한다. 많은 돈을 들여 외국인을 고용하고, 그들의 노동력으로 공장과 농장이 돌아간다. 왜 사람들은 힘든 일을 하지 않을까? 농장이 돌아가야 사람들의 식량을 공급하는데 일할 사람이 없어 세계가 몸살을 앓는다. 뉴스를 보니 택배 기사들이 쉬지도 못하고, 일을 많이 하며, 합당한 돈을 주지 않아 노동법에 저촉된다고 회사를 상대로 고소를 하고 소송을 며 데모를 한다.


하루에 많은 시간을 일을 하고, 쉬지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며 일을 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다. 그들은 정말 눈물 날 정도로 힘들게 살아가는 것을 안다. 세상이 바뀌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택배가 유행하지 않았지만 전염병으로 온라인 쇼핑을 하다 보니 그들이 바빠지고 힘들게 되었다. 남들은 일자리를 잃어가고 끼니를 걱정하는데 택배기사들은 일이 많아 힘들어한다. 참으로 공평하지 않다. 쇼핑센터를 가보면 쇼핑할 맛이 안 난다. 사람들도 몇 안되고 상점마다, 가게마다  손님이 눈치를 봐야 한다. 기다리고, 줄을 서고, 거리를 지키며 원하는 물건을 사야 하기에 주문하고 택배로 물건을 받으니 당연히 그들이 힘들다. 그렇게 힘이 들어도 데모를 하며 소송을 걸어가며 그만 두지 못하고 일을 하는 것은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기 편한 세상이 되었지만 사람들은 더 살기 어렵다.



노오란 꽃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사진:이종숙)



세상이 점점 살기 힘들어진다고 하지만 언제 살기 좋았던 세상이 있었던가? 인류가 생긴 이래  살기 좋은 세상은 없었다. 좋은 세상이 되어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면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람이 100 살, 150살까지 산다면 정말 행복할까? 부모가 100 살이 되면 아이들은 보통 70살이다. 늙은이들끼리 앉아서 서로 죽기만을 기다릴 것이다. 우리는 예부터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라고 기원하며 살아왔다. 오래 살면 다 행복한 듯이 말이다. 사람의 한평생을 들여다보면 파란만장하게 살다가 죽는다. 잘되고, 못되고 관계없이 성공한 듯하면 실패를 하고, 실패한 듯하면 성공이 눈앞에 보인다. 사람이 늙으면 보기 흉하고, 기운도 없고, 행동도 느려진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들 하지만 나이 들어 늙어가는 것은 막지 못한다. 젊은 자식들은 힘든 일 안 하고, 나이 든 부모들은 한 푼이라도 벌어 손주들 용돈 준다며 힘일도 마다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한평생 가족들 먹여 살리기 위해 일했는데 노인이 되어도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은 너무 냉혹하다.




우연히 본 방송의 이야기다.

방탕하며 살던 80세가 넘은 노인이  딸과 아들을 먼저 보내고 아들이 남기고 간 손자를 위해 산다. 술에 절어서 살던 방탕한 생활을 청산하고 하루아침에 술을 끊고 바카스로 버티며 평생을 살아간다. 하루에 40병의 음료수를 마시며 힘겨움을 이겨내며 만 육천 평의 농사를 짓는다.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혼자 그 많은 일을 하고, 묵 식당을 하는 아들과 딸 그리고 사위를 도와 식당일까지 하며 악착같이 산다. 새벽부터 밤중까지 일을 하며, 혹시라도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일에 미쳤다고 할까 봐 사람이 지나갈 때는 논에 엎드려서 숨어 있다가 일을 계속한다. 술 대신 음료수로 힘을 얻고 마음의 슬픔을 이겨내는 처절한 삶이지만 옆에 노인을 사랑하고 염려하는 부인이 있어 행복하다. 슬퍼서 마시고 , 기뻐서 마시고, 혼자 남은 손자가 불쌍해서 마신다. 버티기 위해 마시고, 살기 위해 마신다. 약국에 있는 음료수를 몇 박스씩  사다 쌓아놓고 일하며 마시고, 목말라서 마신다. 음료수로 묵을 만들어 먹고, 묵을 말아먹기도 한다. 한마디로 중독이 되어 마약같이 수시로 마셔댄다. 견딜 수 없이 힘들어서 마시는 음료수로 그 노인은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에게 음료수는 그를 이끌어가는 희망이고, 소망이며 앞서간 죽은 아들과 딸이다. 생전에 해주지 못한 사랑을 늦게라도 정신을 차리고 손자를 위하여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자의든, 타의든, 노년은 인생을 정리하며 차분한 마음으로 지나온 삶을 회고하는 나이인데 하루하루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본인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도 비참한 일이다. 무엇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부모님 시대에는 더 살기 힘들었음에도 지나갔기에 잊고 살뿐이다. 돈이 최고인 세상에 부모도 형제도 돈이 없으면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고 사는 세상이다. 옛날은 적어도 내가 못 먹고 헐벗어도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었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듯이 인간의 뇌도 발달하여 현명하고 지혜로운 삶을 지향하며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고 괜한 생각을 하며 많이 남지 않은 삶을 들여다보는 오후다.  한눈팔지 않고 앞만 보고 살아온 지난날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다.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순간순간이 소중하다는 마음이다.


100년을 산다 해도 정녕 삶의 행복이 없다면 다 부질없다. 나이 들고 하릴없으면 때로는 지루한 시간이  많아지는 삶이 아니던가? 길고 가늘게 사는 것도, 짧고 굵게 사는 것도 나의 선택이 아니다. 하루를 살아도 좋은 마음으로 하늘을 보고 땅 위를  걷는다. 삶 속에 행복의 씨앗을 심고, 꽃을 피우며 살아감은 아름다운 것이다. 누가 해주지도 않고, 누가 기다려주지도 않는 우리네 인생이다. 많은 사람들이 안되고, 안 풀리면 생을 마감하기를 원하지만 그 또한 어려운 일이다. '죽기 위한 힘으로 살면 된다'는 말처럼 지금이 있음으로 내일도 있다. 조금 힘들고, 원하는 일이 잘 안되고, 하기 싫더라도 순간의 유혹을 물리치고, 이겨나가다 보면 태양이 떠오른다. 그냥 주저 않고 싶던 지난날도 지나고 보니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내게 남은 날들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나는 지금을 가졌다. 지금은 어제가 가져온 나의 선물이고, 지금은 내일을 향한 오늘의 선물이다.


매일매일 생겨나는 세계정세를 보면 절망적이지만 과거의 숱한 세월들도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실패 없는 삶도 없고, 성공하지 못한 삶도 없어서 인생은 롤러코스터라고 한다. 쉽지 않은 삶 속에 역사가 이어지고 오늘날에 접어들었다. 쉽고, 빠르고, 간단하고, 멋지게 살기 위한 인류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현실이 좋기만 하지 않아도 그것은 우리가 살아나가며 맞아야 할 태양이다. 때로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태양은 항상 그 자리를 지키지만 우리가 못 보는 것일 뿐이다. 구름이 걷히고 비가 멈추는 그날이 온다. 끊길 듯, 끊기지 않는 인류의 앞날에 희망이라는 배를 저으며 간다. 일거리가 없어 힘들어하는 젊은이들과  설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이들이 없어지는 평화의 나라로 가는 배를 저어가자. 성공 뒤엔 실패가 있고, 실패 뒤엔 성공이 따른다. 좋은 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닌 세상에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 어차피 인생은 미완성이기에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완벽을 향해 걸어간다.  



사진: 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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