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와야 하는 4월에
봄눈이 자주 내린다
어제저녁부터
이슬비처럼 내리더니
밤새 내려
지붕이고 거리고
다시 겨울이 온 것처럼
온 세상이 하얗다
땅이 녹아서인지
눈이 와도 금방 녹지만
4월인데 눈이
봄비를 대신해서 온다
춥지 않아서
눈을 비로 생각하는
새들이 창문밖 나무를
오르내리며 재잘거린다
해마다 이맘때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눈은
농부들과
산불방지로 환영을 받는다
쉽게 가뭄이 오는
건조한 이곳 기후에
봄눈은 고마운 존재다
땅을 촉촉하게 해 주어
곡물을 자라게 하고
산불이 나지 않게
도와주기 때문에
봄에 오는 비나 눈을
거부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비가 오면 질퍽 거리고
눈이 오면 미끄럽지만
자연이 하는 일을
아무도 막지 못한다
다행히 올해는
자주 내리는 봄눈으로
풍년이 들고
산불 없는 평화로운
한 해가 될 것 같아
내리는 눈이 너무 고맙다
꽃이 만발한 곳이
좋아 보이고 부럽지만
해마다 늦게 오는 봄이
더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유난히 짧은 봄이지만
저 나름대로 피는 꽃들은
봄을 알리려고
한꺼번에 꽃을 피우며
꽃잔치 봄잔치를 한다
봄이 왔나 하면
여름이 오는 이곳의 봄은
그래서 더욱
기다려지고 아름답다
눈이 녹은 틈새에
부지런한 민들레가
땅문을 열면
시샘 많은 앵두꽃이
꽃망울을 터트리며
세상을 놀라게 한다
앵두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으려고
사과꽃과 배꽃
그리고 자두꽃이
덩달아 피면
떠날 차비를 하는 봄
4월에
하얀 눈이 세상을 덮어도
봄은 여전히 오고 가고
봄눈이 나무에 앉아
세상을 보고 웃는 아침
비대신 내린 눈이
그저 고맙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