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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Jul 06. 2020

사랑하고 이해하는... 세상에 살고 싶다


화사한 꽃한송이가 행복을 준다.(사진:이종숙)



새가 유난히 시끄럽게 짖어대는 이른 아침이다. 새벽 5시부터 정신없이 떠들어 댄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는지 그들의 이야깃거리를 알고 싶다. 우리 집엔 나무가 많아서 새들도 많다. 사시사철 많은 새들이 쉬었다 가고 터전을 잡고 살아간다. 특별히 새 밥을 주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찾아 먹고 살아가는 새들을 보면 고맙고 기특하다. 2층 창문에서 내려다보면 새들의 모습이 가까이 보인다. 그들은 마치 사람들처럼 바쁘게 살며 사람들보다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간다. 아침을 먹고 일터로  출근을 했는지 아니면 낮잠을 자는지 아무 소리도 없이 지금은 아주 조용하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새들이 찾아오는데 간혹 먹는 것 때문에 털을 세우며 싸우기도 하지만 다들 사이좋게 살아간다. 말은 하지 않지만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인간들처럼 살아가는 것 같다. 오래된 동네라서 새뿐만이 아니고 다람쥐나 고양이 그리고 토끼도 틈틈이 드나드는데 나는 동물을 무서워해서  만지지 못하지만 이 집에 오래 살아오면서 고양이한테 미안한 생각을 하며 산적이 있다.


얼마 전 사과나무에 이름 모를 새가 집을 졌다. 사과나무가 그리 크지 않아 부엌 창문으로 새들이 열심히 들락거리는 모습이 보여 한참을 보고 신기해했다. 어느 날 알이 부화되어  어미새가 새끼들 먹이를 가져다주는 것이 보였다. 새끼 새들이 을 쫙쫙 벌리며 먹이를 받아먹으려 하는 앙증맞은 모습이 귀여워 틈틈이 들여다보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누런 고양이가 자주 우리 뜰에 나타났다. 뜰에 들어오면 마른 흙을 찾아 실례를 하기 때문에 질색이지만 살며시 왔다 가니 어쩔 수 없고, 괜히 잘못했다가는 동물학대라는 누명을 쓰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쫓아낼 수는 없지만 사람이 나타나면 도망을 가기 때문에 인기척만 내면 된다. 몇 번을 쫓아냈는 데도 새집이 사과나무 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고양이가 어스름한 저녁때가 되면 나타났다. 지나갈 때마다 나무를 올려다보고 지나 가지만 설마 했는데 어느 날 새집에 새가 없는 것을 보고 고양이 짓인 줄 짐작했다. 갑자기 새들이 없어지고 둥지가 텅 빈 모습을 본 우리 식구들은 너무나 깜짝 놀라 얼마나 가슴 아파했는지 모른다.


직접 고양이가 나무에 올라가서 새집을 짓밟은 것은 보지 않았지만 생각할수록 어찌나 괘씸한지 그 고양이를 볼 때마다 새들이 생각났다. 집을 낮은 곳에  지은 새들도 잘못했지만 나무에 올라가서 새끼 새들에게 못할 짓을 한 고양이가 너무나 싫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우리 집에 들어오는 고양이는 무조건 쫓아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새들이 다 자라서 새집을 떠난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죄 없는 고양이를 오해하고 미워했었다. 또 한 번은 어느 날 손님이 많이 온날이었는데 문을 여닫기 복잡하여 문을 아주 열어서 고정시켜 놓았다. 동네 고양이가 지나가다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무심코 들어왔는데 나는 기겁을 하고 소리를 질러 한바탕 소동이 났다.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가다 문이 열려 있어 들어온 고양이는 내 목소리가 너무 커서 꽁지가 빠지게 도망을 갔다. 아무 잘못도 없는 고양이는 내 고함소리에 놀라 정신없이 도망갔지만 나 역시 그날 놀랐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새들이 떠났는데 누군가가 해코지를 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괜히 고양이를 의심하고, 지네 집인 줄 알고 들어온 고양이를 쫓아내는 사건까지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멋도 모르고 오해를 받아 미움을 받고 봉변을 당한 고양이에게 미안하다. 이렇게 사람들은 오해를 밥먹듯이 하며 산다. 죄 없는 고양이는 나에게 괜히 미움을 받고, 지나가다 우리 집에 들어온  고양이는 나에게 이유도 모른 채 쫓겨났다. 인간 관계도 그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착오와 오해로 인해 억울한 일이 많이 생겨 한때 좋았던 관계가 원수지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진심으로 염려돼서 하는 안부인사를 나쁘게 받아들이는 사례도 많다. "잘 있는지 궁금하다". 고 하면 "잘못되기를 원하느." 하며 되받는 사람도 있고, 힘들어하여 위로라도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고 와락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도 무섭고, 위로해 주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새도,  고양이도, 할 일을 하며 살아가는 데 알지도 못하면서 새 편을 들어 고양이를 미워하고, 바쁘고 정신없는데 집에 들어온 고양이를 이유 없이 쫓아내는 꼴이다.




사과가 싱그럽게 커간다.(사진:이종숙)




살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미워하거나 미움을 받고 살아간다. 이유 없이 미움을 받는 것모르니까  살지, 알면 너무나 억울해서 단 몇 시간도 못 살 것이다. 남을 미워하고 뒤에서 욕하면서도 아무런 죄의식을 못 느끼고 마치 남의 욕을 하며 쾌감을 느끼듯이 신나 하는 모습을 보면 한심한 마음이 든다. 본인은 완벽한 듯 내 앞에서 이러쿵저러쿵 흉내까지 내가며 욕을  하는 사람은 분명히 다른 사람 앞에서 내 욕을 저렇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소름이 돋는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신나서 떠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키설키 연결된 좁은 사회에서 말 한마디로 바보 되는 일은 너무나 쉽다. 싫어도 좋아도 한배를 타고 항해해야 하는 사람들인데  잘나면 얼마나 잘났고 못나면 얼마나 못났는가? 잘난 사람도, 조금 모자란 사람도  늙어가는 모습을 보면 거기서 거기다. 영원히 잘 나가며 살듯 하던 사람도, 고생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도, 가는 길은 하나다.


사람의 운명은 아무도 모르는데 다 알듯이 입 빠른 소리 하며 잘난 체하며 앞장서는 사람들도 넘어지고, 넘어질 듯 쓰러 질듯 하는 사람도 야무진 구석이 있다.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지만 적어도 정도를 걷는 사람은 살아남는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방식은 자신을 구렁에 쳐 넣는 것이다. 남을 위함이 결국 나를 위하는 길이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남을 이용하고, 중상 모략하는 것은 당장에는 이기는 것 같지만 누군가로부터 차단을 한다. 자금 당장 아까운 생각에 축하할 일을 모른척한 행동이 어떠한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신뢰를 쌓고 살아온 관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이기적인 인간의 간사한 계산 때문이다. 결코 손해보지 않겠다는 얄팍한 마음이 신뢰고, 믿음이고, 심지어 우정을 저버리게 한다. 몇십 년의 사랑과 존중은 서로가 이루어 놓은 관계인데 한쪽의 잘못된 생각이나 오해로 처참하게 허물어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알지도 못하면서 지레짐작을 하며 사람을 판단하고 결단을 내리는 인간의 우매는 끝이 없다. 본 것도 상황에 따라 이유가 있고 핑계가 있는데, 보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면서 오해하는 경우에 세상은 파괴되어 간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넘어가다 보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순하고 착하면 짓밟고 이용하는 세상이다. 인사를 먼저 하면 손해 날 것 같아 상대방이 먼저 하기를 바라며 먼 산을 쳐다보고 모른 체하는 세상이다. 인사 먼저 했다고 목이 부러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사는 세상이 되었는지 모른다. 눈치를 보고 이득이 되는 쪽으로 가고, 손해라 생각하면 그냥 돌아서 버리는 야박한 인간들의 모습이 싫어진다. 전염병이 돌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뚜렷해진다. 그럼에도 편한 대로 살아가며 잘못을 하고도 큰소리치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 많아짐은 실로 가슴 아픈 일이다.


오해와 미움이 넘치고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며 살아갈 때 망은 찾아오지 않는다. 사람이 살아야 백 년, 천년 사는 것도 아닌데 좋은 마음으로 살다 보면 좋은 일도 따라온다. 오늘 당장 이 순간의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에 혼자만 잘났다고 산다면 이 사회는 어느 날 무너져 내린다. 지금 다들 죽겠다고 신음하는 세상에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면 어떨까? 새 편도, 고양이 편도 안 들고 잘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주며 말이다.


사랑하고 이해하는... 세상에 살고 싶다.



수줍음 가득한  꽃한송이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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