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ng Sook Lee Oct 13. 2020

세상이 변하고... 우리네 삶도 변합니다


(사진:이종숙)



추수감사절이다. 캐나다에 이민 와서 40번째 맞는 추수감사절이다. 해마다 온 식구들이 만나서 먹고 놀던 추수감사절인데 올해는 코로나 19로 조용하다 못해 쓸쓸하다. 아이들이 와서 뒤뜰에서 바비큐 하며 놀겠다고 했는데 둘째 아들이 다니는 회사 직원이 확진자가 되는 바람에 혹시 모르니 둘째는 집에 있고 큰아들네만 왔다. 날씨가 추워 집으로 들어왔지만 회사도 다니고 탁아소도 다니는 손주들이 혹시라도 코로나를 우리한테 옮기는 사례가 생길까 봐 마스크를 쓰고 집안에 들어왔다. 2살 4살짜리 손자 손녀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안아주지도 못하고 뽀뽀도 못해주고 멀리서 봐야 하니 한심한 생각에 울컥한다. 도대체 이게 뭔지 모르겠다.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지만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라는 세균이 가족을 갈라놓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손주들도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뛰어오다 멈춰 선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은데, 가서 안기고 싶은데 못한다.



품 안에 쏙 들어오는 어린 손주들을 안지도 못하는 세상에 우리가 산다. 더러워진 지구가 내뿜어대는 독가스가 떠다니고 사람들은 애나 어른이나 마스크를 쓰고 산다. 한심해도 그것이 현실이다. 그저 손 닦고 적당한 거리 지키며 청결하게 살면 될 텐데 식구들마저 갈라놓을 것 까지는 없는 것 같다. 요양원에 계시는 부모들은 오지 않는 자식들을 영문도 모른 채 기다릴 것이다.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이다. 눈앞에 있는 어린 손주를 한번 안아주지 못한 채 보내야 한다. 만약 이대로 가다가는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람 사는 게 뭐 이런 경우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야속하기까지 하다. 이런 시간이 계속되면 식구도, 가족도 멀어지고 남이 되어갈 것이다. 자주 만나고 같이 먹고 비비고 살아야 정이 들고 추억도 만드는데 멀리서 지붕 위에 닭 보듯 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현실이다.



(사진:이종숙)



같이 있으므로 행복하고 편안해야 하는데 가까이 있으므로 불편하다. 나이 들어 면역력이 떨어져 병이 쉽게 옮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고령도 아닌데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장도 보러 다니고 오며 가며 사람들과 섞여서 사는데 아프지 않으면 만나도 되는데 그것마저 금지한다니 속이 상한다. 자꾸 늘어나는 확진자 수로 정부는 가족단위의 만남을 장려한다. 이번 추수감사절로 인하여 더 많은 확진자가 생기면  정부차원에서 골치 아프다. 다 좋다고 하는 것이니 내가 참아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이렇게라도 속을 털어놓고 싶다. 세상이 사람들로 넘칠 듯했는데 세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질서가 잡히는 듯 하기는 하다. 밖으로 나가야 하고, 외식을 하고, 해외여행을 하고, 문화생활을 하며 자유를 누리던 세상에서 차분하게 생활하게 된 것은 좋은 일이다.


거리를 지키고 청결하게 생활하게 된 것도 아주 좋다. 단지 이런 특별한 날조차 식구들과 못 만난다는 것이 속이 상할 뿐이다. 어느 날 세상이 좋아지면 옛날이야기하며 회상하겠지만 하루빨리 이 힘든 시간이 끝났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떠나고 집안은 조용하다. 매일이 그렇듯이 우리는 또 살아갈 것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이것이 일상이 되어 살아가다 보면 좋은 날이 오리라 믿는다. 그때는 손주들을 더 많이 안아주고 더 사랑하며 행복한 시간을 가질 생각을 해본다. 늘 해오던 것을 하지 못할 때 힘들다. 또 하지 않던 것을 해야 할 때 우리는 힘든다. 세상에 코로나 바람이 불어 흔들리고 뒤집힌다. 날아가기도 하고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죽고 고통 속에 힘들어한다. 세상은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세상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바람을 역풍할 수는 없고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불이 나서 다 타버리고, 물난리로 다 잠기고, 바람 때문에 집채만 한 나무들이 뿌리째 뽑힌다. 자연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야 한다. 속상해도 약 올라도 세상의 말을 들어야 한다. 알지 못하던 세상에서 살아야 하고 적응해야 산다. 내가 살아온 삶이 아니라고 거부할 수 없다.

세상은 변하고 인간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사진:이종숙)



작가의 이전글 빨갛게 불타는... 태양이 떠오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