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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Oct 12. 2020

빨갛게 불타는... 태양이 떠오른다



(사진:이종숙)




하늘이 깜깜하다. 구름이 성난 듯 하늘을 덮고 있다. 바람은 세상을 뒤집을 듯 심하게 불러오고 떨어진 낙엽들은 이리저리 둥글어 다닌다. 더 좋은 세상이 올 거라 생각했는데 세상이 더 어수선하다.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이 다들 죽겠다는 사람 천지다. 좋은 세상에 살고 싶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절망 속에 빠져 어나지 못하고 점점 더 깊은 구렁 속에 들어간다. 인생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은 평생 죽어라고 일하다가 병들어 죽고 어떤 사람은 하는 일마다 되는 게 없어 괴로움과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인간의 운명이 대체 무엇이길래 그토록 잔인한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살고 싶어도 살지 못하는 인간의 운명은 무엇인가? 생각해도 모를 인간의 모진 운명이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다 떨어져 밟히듯이 언젠가 인간은 죽는데 그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참아가며 살아야 하는 인간의 삶이 처참하다.


잠자리 한 마리가 길가에 누워 파드득거리고 있길래 날개가 찢어져 못 나르고 있나 하고 자세히 보았더니 벌이 머리에 붙어서 침으로 잠자리를 붙잡고 있었다. 잠자리가 너무 불쌍해서 벌을 떼어 주었더니 멀리 날아가던 벌이 다시 와서 잠자리를 쏘고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았다. 잠자리는 발버둥 치다가 맥없이 죽는다. 저보다 몇 배 더 큰 잠자리를 잡아먹고 있는 벌을 보며 자신만의 무기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무기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가? 무엇이 우리를 살게 허는 무기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온다. 어떻게 해야 이 험난한 세상 풍파를 이겨내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답이 없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연구를 하지만 세상은 그야말로 무섭게 변한다. 그 속에서 살아남는 사람도 있겠지만 산다는 것이 정말 힘들어진다.


늙어가는 것이 좋지는 않지만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나이 들어가는 것이 좋기까지 하다. 여태껏 사느라 힘들었는데 앞으로는 맘 편하게 살고 싶은데 주위를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세상이 변하고 인심도 변하고 어디에 정을 주고 살지 모르겠다. 세상이 좋아져 백세시대가 왔다고 하는데 하나도 반갑지 않은 정보다. 사람이 살다가 적당한 나이에 죽는 것도 복이다. 옛날에 못 먹고 힘들어서 수명이 짧아서 장수를 노래 삼아 원했지만 지금은 오래 살라고 하는 것은 악담이라고 한다. 얼마나 살기 힘들면 장수가 저주로 되었나 생각한다. 늙으면 하루가 다르게 여기저기 아프고 정신도 없는데 오래만 살면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이 사람처럼 살지 못할 바에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사람의 목숨이 귀중하다 하지만 죽지 못해 사는 사람도 많다. 산목숨 어쩔 수 없어 살아가지만 지옥 같은 삶을 이어가기란 너무 비참하다.



(사진:이종숙)



눈동자는 풀어지고 숨이 고르지 않다. 쇠진한 몸이 신호를 보낸다. 더 이상 살아갈 기력이 없다. 그래도 살려야 하기에 이것저것 해보지만 풀어진 눈망울은 돌릴 수 없다. 눈이 빠질 것처럼 쑤신다. 대상포진이 머리에서 미쳐 날뛴다. 칼로 쑤셔대며 죽이려 든다. 살 수가 없다. 죽을 수도 없다. 어찌할지 모른다. 삶이 처참하다. 갈길은 멀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아픈 사람들의 고통을 나눌 수가 없다. 통곡이 가슴을 찢는다. 살아야 할 운명이기에 버텨본다. 죽을힘을 다해 살려고 발버둥 친다. 찢어지는 고통 때문에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다. 그들의 고통이 자꾸 보이는 듯하다. 울부짖음이 들린다. 주사 한 대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아픔을 나눌 수 없게 한 창조주의  의도는 무엇일까 의문이다. 세상은 잠잠하다. 아픔도 없고 고통도 없다. 병원 안에서 빌딩을 울리는 통곡이 차가운 공기를 자른다. 생과사의 싸움판이 벌어졌다.


더 나아질 가망이 없는 사람이 아픔에 시달리며 살 때 느끼는 고통은 아무도 모른다. 오죽했으면 자살을 할까를 생각한다. 자살을 하는 사람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인간의 목숨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본인의 아픔은 본인밖에 모른다. 이해하고 충고해도 그 사람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고통이다. 부모도, 형제도 대신할 수 없기에 더 외롭고 슬픈 것이다. 끈질긴 목숨을 끊을 수 없기에 살고 그러다 보면 좋은 날이 온다고 생각하지만 좋은 날이  오지 않고 영원히 고통 속에 살 수도 있다. 고통 속에 사는 사람을 옆에서 보는 사람도 괴로운데 본인은 얼마나 괴로운지 상상도 못 한다. 손가락 하나 조금 베어도 아픈데 평생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의 고통은 결코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인생길이 외롭다는 말이 있나 보다.


떠날 수도 없고 머물 수도 없는 갈림길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 운명을 거스를 수 없어 잔인한 운명이라는 말도 있다. 답이 없는 인생이다. 구비구비 인생 고갯길을 오르고 내려가도 끝이 나야  끝이 되는 인생을 도저히 알 수 없다. 꺼질듯한 촛불이  꺼지지 않고 꺼진듯하다 다시 살아난다. 촛불 같은 인간의 목숨인지, 인생길인지 알다가도 모르는 영원한 숙제이다. 내일을 알 수 없기에 그 숱한 세월을 살아 가는지도 모른다. 인생이 보인다면 백 년에 가까운 세월이 끔찍할 텐데 보이지 않기에 다가올 미래에 꼬까옷을 입혀가며 살 수 있는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축복 한번 받아보지 못한 채 고생하며 처참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을 보면 저주가 아닌가도 생각이 든다. 누구나 공평하게 행복하게 잘 살아가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기에 더더욱 슬프다.


병에 걸려 아파하는 주위 사람들의 고통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 또한 기가 막히다. 의학이 발달해도 아픈 사람은 여전히 생긴다. 바라보는 사람과 겪는 사람이 울고 있다. 벌에  물린 잠자리가 죽어가듯이 병에 걸린 인간은 죽어간다. 소중한 생명이 사라진다. 아무도 손을 댈 수가 없다. 운명은 누군가를 살리고 누군가를 죽인다. 견디지 못하고, 버티지 못하고  저편 하늘을 바라본다. 희망이 떠오른다. 태양이 떠오른다.


빨갛게 불타는 태양이 떠오른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산다. 바람은 여전히 불지만 구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파란 하늘이 보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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