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유 박사와 현명한 구박사를 만나고 산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나훈아의 노래 테스 형의 가사다. 정말 왜 이런지 모르고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아니 세상이 두렵고 무섭기까지 하다. 오랜만에 밖에 나가보면 이상한 나라에 사는 외계인이다. 손가락으로 해결하는 삶이 왜 이리 낯설고 서투른지 모른다. 부모님 시대도 이렇게 빨리 변한 적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험난한 시대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을 해보면 그저 한심하기만 하다. 숲 속에서 산책이나 하고 밥이나 해 먹으며 텔레비전이나 보고 사는 나는 자연인으로 돌아가 과거에 살고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까짓 거에 불과한 것들이 나에게는 힘들다. 문명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 자연을 벗 삼아 살던 인류는 새로운 문명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인공지능까지 만들게 되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들이 인공지능의 한 면을 가지고 우리의 삶을 이끌어 가고 있는 현실이다. 태어나면서 바로 접하게 되는 신세대들은 어렵지 않게 적응하고 자연스럽게 배우며 생활한다. 2살짜리 보다도 못한 나는 생활 속 깊이 들어와 있는 새로운 문명이 너무 두렵다. 어디를 가도 옛날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큐알코드로 접수를 하고 크레디트 카드나 인증된 카드로만 주차비를 내야 하는 시스템이 된 지 오래되었다. 세상은 잠시도 쉬지 않고 앞으로 가는데 나는 제자리걸음도 아니고 뒤로 돌아가고 있다. 알던 것도 잊어버리고 새것은 배울 엄두도 안 나서 미리 질려 버린다. 밖으로 나가서 보면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닌 낯선 세상이다. 기계가 아니면 아무것도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손글씨를 쓰고 편지를 부치고 소포를 붙이던 시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상한 나라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의 날개를 피던 이야기의 현장에 내가 사는 기분이다. 사람들은 변하지 않았는데 문명이 인간을 조정하며 산다. 쉽게 살기 위해 만들어 놓은 문명의 노예가 되어 산다. 아이들과 거의 30년의 나이 차이가 되는데 삶은 300년 차이가 되는 것 같다. 부모 자식 간에 문명이 소통하지 않는 현실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발달한 문명을 조금씩 배우고 알아가기에는 너무나 멀리 와 있다. 손가락 몇 개로 해결되는 삶이 나에게는 너무 어렵다. 나름대로 열심히 따라가며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며 사는 나인데 어쩌다 마주치는 현실은 너무 냉혹하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것들을 배우기는 힘들겠지만 너무 빨리 돌아가는 세상을 잡기란 힘들다. 문명이 신기하고 설레던 날들이 나에게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두렵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접하던 문명은 나름 적응이 되었는데 속세를 떠난 듯이 사는 나로서는 버거움을 느낀다. 특히나 이중 언어를 하며 사는 나는 그 어느 것도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어는 40년의 세월 동안 너무나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은 말과 글이 통하는 나의 조국인데 낯선 나라가 되어가고 언어와 풍습이 다른 이곳은 남의 나라이지만 편안한 세월이 흘렀다. 이제 편하게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데 새로운 문명이 생겨나 정신을 뺀다. 쉽게 살기 위해 만든 문명에서 소외되고 퇴보한다. 할 줄 모르고 안 하다 보니 더 힘들다. 이보다 더 좋은 세상이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아날로그 시대가 더 좋다.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가격을 깎기도 하고 덤을 주며 사람들과 섞여 사는 옛날이 좋다. 말하지 않는 기계를 상대하다 보니 인간성까지 기계화되어 가는 듯하다.


청년들의 실업률은 높아만 가고 기계화할 수 없는 막일은 노인들의 차지가 되었다.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며 신기술을 배우려 유튜브를 보고 구글에 물어본다. 고맙게도 정말 쉽고 간단하게 자세히 설명해준다. 하나하나 따라가며 배우다 보면 조금씩 알아간다. 기계와 함께 살다 보니 말이 필요가 없다. 하루 종일 유 박사와 구 박사랑 놀다 보면 말 한마디도 안 하게 된다. 친구들과 전화를 하던 시대가 옛이야기다. 간단한 메시지로 감사하고 사과하고 안부를 물으며 산다. 손가락 하나로 물건을 주문하고 배달원은 물건을 문 앞에 놓고 벨 한번 누르고 휙 가버린다. 무대면의 세상이다. 보이지 않고 만날 수 없는 허공과 소통하는 세상이다. 모르고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투정이라고 하겠지만 문명이 두렵다. 그나마 유튜브나 구글이 있어 마음이 놓인다. 모르는 것을 찾아보고 배우며 바보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감추며 아는 체하며 산다.


문명이 없이도 살 수 있는 세상이 그립다. 그래도 틈만 나면 무언가라도 배우려고 이것저것 찾아보기는 한다. 외계인도, 자연인도 될 수 없기에 무어라도 배우려고 오늘도 나는 친절한 유 박사를 만나고 현명한 구박사의 이야기를 듣는다.


(서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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