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을 즐기며... 사는 삶이 더 행복하다

by Chong Sook Lee
내가 만든 가방 (사진:이종숙)


우리는 무엇을 얻기 위해 살아가는가?
우리는 어디를 가기 위해 걸어가는가?
많이 갖는 것보다 인생을 얼마나 즐기고 사는가가 더 중요한데 사람들은 매일매일 더 높이 오르고 더 많이 갖기 위해 앞만 보고 살아간다. 하늘이 높은지 나무가 파란지 보지 않고 살다 보면 얼굴에 주름살을 만나게 되고 후회를 한다. 더 많이 갖기 위해 살았던 날들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덩그러니 앉아있는 낯선 자신을 보고 나서야 그게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높은 자리도, 쌓아 놓은 재산도 어느 날 불어오는 바람이 다 쓸어가 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바람은 어디서 언제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른다. 맑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잔잔하던 바다에 무서운 파도가 밀려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상에 있는 것은 생기고 없어지고 쓰러지고 넘어지며 다시 생기고 자란다.


아무리 애를 써도 인간의 계산대로 되지 않는다. 6남매를 키우시는 엄마는 밖에 나가 돈을 벌지는 못해도 아버지가 벌어오시는 돈으로 알뜰하게 사셨다. 손재주가 좋았던 엄마는 틈틈이 시간을 내서 우리들 옷도 만들어 주시고 털실로 무언가를 만들며 평생을 사셨다. 뜨개질이나 재봉질을 특별히 배우지 않았어도 엄마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셨다.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주신 물방울무늬의 원피스는 치맛단이 낡을 정도로 입고 다녔고 작아서 더 이상 못 입을 때도 옷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린 눈에도 그 원피스가 예뻐 보여 어디 갈 때는 언제나 챙겨 입고 다녔다. 철철이 세타와 모자와 장갑을 만들어주셨고 따뜻한 겨울 덧신도 만들어 주셨다. 요즘에야 여러 가지를 배우며 살아가지만 그때만 해도 특별히 취미활동을 할 수 없었던 엄마는 그 나름대로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어 인생을 즐기셨던 것이다.


힘들 때도, 속상할 때도 무언가를 만들며 위안을 받고 아이들이 입은 모습을 바라보며 보람을 느끼셨을 것이다. 괴로울 때도, 외로울 때도 뜨개질을 하고 재봉질을 하며 삶의 고난을 극복하셨을 것이다. 작은 천조각이나 털실로 요술쟁이처럼 무언가를 잘 만들어 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나도 크면 엄마처럼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세월이 흐르고 어느새 엄마를 닮아 나도 모르게 나에게도 그런 취미가 생겼다. 천을 보면 무언가를 만들고 털실을 보면 무언가를 뜨는 습관이 생겼다. 정식으로 배우지 않아 잘하지는 못해도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으로 세상에서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고 살고 있다. 나 혼자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듯이 내 머릿속에는 언제나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생긴 모양을 보면 나름대로 흉내를 내며 아이들이 어릴 적에 바지나 윗도리를 만들어 주고 겨울철에 목도리와 모자도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이 결혼하고 손주들을 낳고 난 뒤에는 아기들의 담요를 짜주고 쟈켓을 만들어 주었다. 심심하면 무언가를 만들으면 시간도 잘 가고 기분도 좋다. 외출도, 만남도 자유롭지 않은 코로나 시대가 되다 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또래 친구들도 요즘엔 앉아서 뜨개질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며칠 전에는 친한 친구 하나가 남편과 나의 겨울 모자를 예쁘게 만들어 가져다주었다. 한 땀 한 땀 뜨면서 힘들었을 텐데 겨울에 따뜻하게 쓰고 다닐 것을 생각하니 너무나 고맙고 보기만 해도 포근하다. 지난번 크리스마스 때에 나도 가방을 몇 개 만들었다. 도톰한 천이 있어 가방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무엇이 그리 바쁜지 하루 이틀 미루다가 연말이 되어가는데 특별한 선물용으로 몇 개 만들었다. 선물을 포장지로 싸기보다 가방에 넣어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재단을 하고 안감과 겉감을 붙이고 끈을 만들며 예쁘고 멋지게 만들어보려고 생각했는데 치수를 재지 않고 눈대중으로 만들다 보니 6개의 가방이 다 다르게 나왔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디자인이 된 것이 다. 공장에서 나오는 가방들은 다 똑같지만 내가 만든 가방은 다 다르다. 기성품이 아니고 맞춤형의 가방이 된 것이다. 가방 하나하나를 만들면서 각기 다른 모습에 내가 생각해도 웃음이 났다. 자로 재서 만들면 좋을 텐데 귀찮아서 눈대중으로 하다 보니 생각지 않은 디자인이 된 것이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하며 만들었다. 연말에 친구들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더니 다들 너무 잘 만들었다며 행복해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주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만들어주니 내가 선물을 받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유명 메이커도 아니고 비싼 명품도 아니지만 나의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최선이 최고가 되지 못해도 최선은 최선의 가치를 보여준다.


가방을 만들면서 지퍼도 달고 단추도 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단순하게 쉽게 열고 닫기 좋게 만들었더니 너무나 편하다. 단추나 지퍼를 열고 닫을 필요도 없고 물건을 사서 집어넣고 어깨에 메고 나면 그것으로 끝난다. 물건이 밖에 나올까 봐 걱정이 되면 끈을 한번 묶고 들고 다니면 되는 방법도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만들어 놓은 가방을 들어보고 물건을 넣어보며 괜히 나 혼자 행복하다.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요즘같이 재활용하는 시대에 손으로 만든 천가방은 자연보호에도 한몫하니 나름대로 자부심도 생긴다. 아이들을 키우며 사업을 하며 돈만 쫓아다니며 바쁘게 살았던 날들이 지나고 지금은 나만의 시간이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았던 지난날이 지나고 인생의 참맛을 느끼며 사는 나이가 되었다.


세상은 바람이 불고 구름과 태양도 번갈아 들락거리고 그곳에서 수많은 인연도 오고 간다. 갖지 못한 것을 원하기보다 가진 것을 즐기는 삶이 더 행복함을 느낀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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