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 소소한 행복을 안고왔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피어나는 이슬 머금은 한송이 꽃과 힘차게 올라오는 아침해는 지친 사람들을 다시 살아가게 한다.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고 마지막을 불태우고 넘어가는 석양의 모습은 하루를 돌아보게 하고 감탄사를 만들어낸다. 눈을 뗄 수 없도록 신기한 아기들의 모습은 생명의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세상에는 눈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것들은 그 외에도 수없이 많아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노랗고 빨간 단풍 진 숲의 모습과 하얀 눈이 덮인 산야의 모습 또한 아름답고, 코발트색의 바닷물이 파도를 치며 오고 가는 모습 또한 아름답다. 눈이 하얗게 내린 강을 끼고 숲 속을 걸으며 세상을 본다. 강 건너 남향에 자리 잡은 숲은 햇볕이 쏟아져 눈이 거의 녹아 봄이 온 듯 포근해 보인다. 북향에는 추위에 강한 침엽수가 자라고 남향에는 추위에 약한 활엽수가 자란다.


사시사철 변함없는 침엽수가 많은 곳은 해가 많이 들어오지 못하기에 여름에도 서늘하고 작은 나무들은 자라지 못하는 대신 겨울에는 오히려 찬바람이 들어오지 못해서 그리 춥지 않지만 햇볕이 없어 냉한 기운이 든다. 숲을 오르내리다 보면 지역에 따라 온도차가 많음을 느낀다. 활엽수가 많이 자라는 곳은 일 년 내내 햇볕을 많이 받기 때문에 봄도 일찍 맞는다. 북향에 있는 숲에는 눈이 그대로인데 남쪽은 어느새 파릇파릇한 싹이 돋아난다. 남쪽 숲에서 봄을 일찍 맞고 여름을 맞이할 때 북쪽에 있는 숲은 살며시 겨울잠에서 기지개를 켜며 강 건너 남쪽에 온 봄을 바라본다. 그 대신에 남쪽에 있는 숲은 겨울도 일찍 맞이해서 날씨가 조금만 추워도 이파리를 떨어뜨리고 나목이 되어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 한다. 강하나를 가운데 끼고 살아가는 나무들의 모습은 천태만상이다.


우리의 삶도 그리 다르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은 고단하게 살아도 세끼 밥 먹기 힘드는데 부자들은 할 일이 없어 심심해서 쩔쩔맨다. 봄인지 겨울인지 모르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겨울에도 따스한 곳으로 휴가를 가서 산다. 강하나의 삶은 엄청나게 다르다. 겨우내 따스한 곳에서 호의호식하며 사는 사람이 있고 한 몸 누일 자리가 없어 추운 길모퉁이에 잠자리를 펴는 사람이 있으니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하다. 강바람이 심하게 불어 목도리를 여미고 모자를 깊이 내리고 가다 보면 강기슭에 얼음이 쌓여있고 강 한 군데는 물이 얼지 않고 흐른다. 위험한 생각이지만 얼은 강을 걸어서 강을 건너가 보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흐르는 강물이 햇볕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산책 나온 사람들과 눈인사를 하며 지나치고 서로의 목적지를 향해 가기 바쁘다.



(사진:이종숙)


젊은이들이 뛰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젊음은 돈 주고도 못 산다는 말이 맞다. 나도 그런 날이 있었을 텐데 새삼스럽게 그들의 모습이 참 예쁘다. 다리를 건너 강 저편으로 가려고 다리 앞에 서 본다. 바람이 심하게 분다. 몇 번 다녀간 곳인데 오늘은 유난히 바람이 심하게 불어 몸이 날아갈 것 같다. 오른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예쁜 다리도 보이고 멀리 왼쪽에는 웅장한 다리가 보인다. 이 다리를 건너 그 멀리 보이는 다리까지 걸어가려 한다. 강물이 얼어 강가에 길이 없어서 큰길로 걸어 본다. 전망대가 보여 들어가 보니 의자가 놓여있어서 잠깐 앉아본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기억하는 의자로 26년을 살다 간 청년을 기리는 가족의 염원이 적혀있다. 영혼이 강을 바라보며 평온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글귀를 읽으며 마음이 왠지 짠해진다.


강 한가운데에 섬이 하나 있다.

나무들이 자라고 마른풀들이 하늘거린다. 그곳에도 이곳처럼 새들도 다람쥐들도 살고 있으리라. 지난여름에는 사람들이 배를 타고 가서 그곳에서 바비큐 하는 것을 보았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남쪽 길을 걸으니 햇볕 때문에 눈이 부시고 덥다. 북쪽 숲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빨리 따스한 곳으로 가고 싶었는데 막상 이곳에 와보니 벌써 그 간절함도 잊은 채 덥다고 불평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길은 발자국으로 지저분하고 차들이 분주하여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다. 음지에서 양지를 부러워하고 양지에 있으면 그곳에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의 본능이다. 추운 곳에서 바라본 남쪽 숲은 따스하고 포근할 것 같았는데 막상 남쪽 숲은 내가 생각한 것처럼 그리 평온하지 않았다. 북쪽 숲은 추웠지만 한가롭고 사람들이 별로 없어 자연이 깨끗했는데 남쪽은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서 지저분하다.


다시 큰 다리를 건너간다. 아까 건너왔던 다리는 그토록 바람이 불어댔는데 이곳은 시멘트로 인도와 차도가 가려져 있고 차들이 다녀서 그리 춥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강을 건넌다. 더러는 음지에서 양지로, 더러는 양지에서 음지로 걸어간다. 갔다가 오는 사람도 있고 처음 걷는 사람도 있다. 따스한 양지로 가면 음지가 그립고, 음지에서는 양지가 그리운 것을 사람들은 알기에 오늘도 오고 가며 더 좋은 곳을 향하여 발길을 돌린다. 해를 바라보고 걸어가다 그늘로 접어드니 잘 보이지 않아 앞이 깜깜하다. 층계에서 잠깐 서서 지나온 다리를 바라본다. 엄청 긴 다리에 차들은 신나게 달리고 인도에서 사람들은 천천히 걸으며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강아지를 데리고 가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그리고 친구인지 모녀인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간다. 따스한 햇살과 군데군데 흐르는 강물이 세상을 아름답게 비춘다.



지나치는 인연에 미소를 주고받으며 배려하는 마음에 감사한다. 순간순간의 불행은 고통스럽지만 순간순간의 희열 속에 사람들은 살아간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웃고, 별것 아닌 것에 울며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간다. 작은 것에서 발견하는 작은 행복을 만나며 오늘도 강가를 걸어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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