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만나고... 희망도 데리고 왔다

by Chong Sook Lee


손자가 그려보낸 발렌타인 그림


햇살이 너무 좋아 길을 나섰다. 겨울이 아직은 봄에게 자리를 내주기 싫은지 앙탈을 부려 칼바람이 파고들어 옷깃을 여미며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 어디에도 겨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이 맑고 푸르다. 기다리는 봄은 지금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어딘가에서 오고 있다. 걷기에는 너무 추워 남편이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나 하자고 하여 차를 타고 나섰다. 차 안에서 바라보는 겨울 풍경은 아주 평화롭다. 들판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고 아무런 일도 없는 듯 조용하다. 나무들은 겨울에도 쉬지 않고 열심히 싹을 키우고 겨우내 쌓인 눈은 얇게 내려앉으며 양지쪽의 까만 흙들은 눈부신 햇살로 얼굴을 내민다. 누가 해주지 않아도, 누가 떠밀지 않아도 자연은 허물을 벗으며 봄을 향하고 있다. 시내를 벗어나기 직전에 잘 보이지 않는 공터에 순찰차 하나가 서 있다.


사람들이 속도 내기 아주 좋은 곳이라서 몇 년 전에 우리가 과속을 하고 벌금을 냈던 곳이다. 한번 당한 뒤로는 늘 조심을 하는데 오늘은 정말 감쪽같은 곳에 숨어있는 순찰차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고 보니 속도위반을 잡는 차였다. 경찰이 뒤를 보고 앉아서 오는 차들의 속도를 재는 것이 보였다. 속도를 위반하지 않았어도 왠지 섬찟하다. 고속도로로 접어드니 차들이 제법 속도를 내고 달린다. 눈이 왔던 겨울의 도로 같지 않게 길이 좋다. 양옆으로 난 넓은 들판에 쌓인 눈이 녹으려면 앞으로 두 달은 더 있어야 한다. 공항 가까이에 있는 골프장 옆을 지나간다. 몇 년 전에 지어졌는데 나무가 없어 살벌하기도 하고 고속도로에 지나가는 차들의 소음 때문에 무척 시끄럽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나고 나무들이 자라면 아마도 멋있는 골프장이 될 것이지만 지금은 비싸기도 하고 살벌하여 그리 많은 사람들의 호응은 받지 못한 채 자리를 지킨다.


멀리 보이는 공항을 지나며 어딘가 멀리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멀리 갈 수 없지만 홀가분하게 이렇게 고속도로를 타고 바람을 쐬러 나오니 어딘가를 가기 위해 공항에 갔던 것도 추억이 되어 돌아온다. 아들이 여행 갈 때 데려다주고 빅토리아에 사는 딸을 데려다주러 왔던 것도 새삼스레 그리워진다. 아무런 제한 없이 누구나 드나들던 공항이 코로나로 인한 많은 규제 때문에 썰렁해 보인다. 코로나가 오기 전 해에 이곳 공항 주위에 아웃렛 상가를 많이 지었다. 유명 브랜드가 많이 들어서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 무척 분주하다. 아무리 불경기에 실업자가 많다고 해도 돈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가 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그리 좋은 물건도 필요 없고 많은 물건도 필요 없는데도 사람들은 소비로 스트레스를 푼다. 물건을 사고 쌓아놓고 또 없애며 그것이 마치 살아가는 목적인 듯이 착각하며 산다.



(사진:이종숙)


없는 사람은 끼니 걱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물건 사는 재미로 산다. 열심히 해서 번 돈을 쓰는 것을 무어라 할 수 없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 그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하늘은 맑고 푸르다. 차 안에서 보이는 세상은 멋있다. 밖의 온도는 영하 20도이지만 차 안의 온도는 따뜻하고 편안하다. 앞으로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이대로 아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엉뚱한 생각이 든다. 3시간만 가면 그리운 아들 며느리와 귀여운 손주들을 만날 텐데 그것이 코로나 때문에 지금은 안된다. 그저 마음으로 보고 와야 한다. 너무 추워서 꼼짝 못 해 며칠 동안 집에만 있었더니 어딘가 가고 싶어 길은 나섰는데 이렇게 한 바퀴 돌아보니 마음이 좋다. 여행 가는 기분으로 여유를 가지고 넓은 들판을 바라보니 머지않아 봄이 오면 저 하얀 들판이 파란 들판이 될 것을 상상하고 웃어본다.


사람들은 길었던 겨울을 잊고 새로이 찾아온 봄을 맞으며 땅을 갈고 무언가를 심을 것이다. 소들은 풀을 뜯어먹으며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볼 것이다. 겨울을 보고 돌아가는 길은 또 다른 희망의 길이다. 가을에 이 길을 갈 때는 겨울이 다가오기에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은 겨울이지만 머지않아 봄이 오고 있음에 설렌다. 봄이 보이지 않지만 봄을 생각하면 설렌다. 집에 있다가 잠깐 밖에 나가 세상을 보는 것도 반갑고 잠깐 떠나 있던 집으로 돌아오니 더 좋다. 가까이 있을 때는 당연하던 것들이 잠깐의 변화로 더없이 고맙고 좋다는 것을 나가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이다. 작은 것들로 행복해하는 간사한 인간의 마음이라도 가끔씩 한 바퀴 돌며 느끼는 감정이 사람들을 살아가게 하는 것 같다. 불과 한 시간 정도의 드라이브로 기분이 좋아졌다. 특별한 것을 구경하지 않았지만 가만히 집안에 있는 것보다 훨씬 상쾌하다.


아주 작은 변화로 사람들은 새로움을 만난다. 이제 머지않아 우리가 원하는 일상을 되찾을 것을 기대하니 한없이 좋다. 사람들을 만나고 웃고 얘기하며 사람 사는 것 같이 사는 날이 기다려진다. 행복을 마중 나갔던 길에서 행복을 만나고 희망도 만나며 집에 와 늘 나를 반겨주는 집의 소중함을 느낀다. 밖에 있던 행복을 만나보고 돌아오니 행복이 집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 행복은 내가 찾기를 원하면 어디서든 쉽게 찾아지고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이미지출처: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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