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온 하루와 즐겁게 놀면서 산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사람들은 자신을 잃어버리고 산다. 남의 삶을 들여다보고 웃고 웃는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남들은 어떤 집에서 어떤 음식을 먹고 사는지 알고 싶고 그들은 무슨 취미가 있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의문이다. 남이야 어떻게 살든 자신의 인생과는 상관없는데 신경을 쓴다. 각자 사는 인생에 그들이 하는 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남의 인생을 엿보고 부러워하고 따라 하면서 피곤하게 산다. 남이야 도시에 살던 시골에 살던 살고 싶은 곳에서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남들의 눈이 무섭고 생각이 두려워 그냥 따라 하고 자신을 숨기며 살아간다. 잘못하면 어떻고 부족하면 어떻다고 완벽하게 하려고 발버둥 치며 산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한다. 아픈데 아프지 않다고 하고 슬픈데 슬프지 않다고 하며 산다. 기쁘지 않은데 행복하다 고 말하며 행복하기를 바라고 괜찮기를 소망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살지 않고 남을 위해 산다. 부모 자식을 위해 가족과 형제 친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괴로워도 참고 산다. 자신의 인생은 잃어버린 채 남을 위해서 남의 생각 속에서 자신은 잊은 채 남들의 삶 안에서 살아간다. 남을 위해 좋은 옷을 입고 보여주기 위해 멋진 가구를 사놓고 최신형의 차를 타고 다니면서 자랑을 한다. 속은 썩어가는데 겉만 보여준다. 걱정은 카드빚처럼 늘어가는데 잘 나가는 척하고 산다. 비싼 곳에 가서 비싼 음식을 먹고 해외여행을 가고 이름 있는 명품을 들고 입고 다녀야 대접을 받는 것으로 착각하고 산다. 능력이 되면 그런 것도 한번 해 볼만하다. 청바지를 입는 사람들이 많다. 한번 사면 죽을 때까지 입어도 안 떨어진다. 몇십 년 입어도 멀쩡하다. 안 떨어지니까 찢어진 청바지를 유행시켜서 판다. 돈이 없어서 무릎을 기어 입으며 살던 것을 유행이라고 따라 하며 산다.


찢어진 청바지를 유행이라고 비싼 돈을 주고 산다. 무릎이 낡고 찢어진 바지를 입고 추위에 떨며 현대인이 되어가야 되는 줄 안다. 개성이라고 생각하며 멋대로 산다.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해야지 멋있게 사는 것으로 착각하며 산다. 사는 게 좋아졌는데 살기는 더 힘들어졌다. 앉은자리에서 세상을 다 볼 수 있게 되어 경쟁도 많아지고 발전도 빨리 한다. 옛날에 살던 방식은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게 세상이 뒤집혔다. 하루가 다르게 라는 말이 무색하게 매 초마다 세상이 달라진다. 따라갈 꿈을 못 꾼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우리 삶에 침투되어 간다. 살기 좋고 편리하려고 만든 것이 사람에게 해를 주고 미지의 세계로 이끌고 간다. 무엇을 위한 발전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명하는 것들은 특별한 몇몇 사람에 의해 조정되고 나머지는 로버트나 다름없게 될 것이다.


맨 처음 컴퓨터를 대한 것이 내 나이 37살 때였다. 그때만 해도 컴퓨터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하며 하나둘 배웠다. 그 뒤로 나날이 발전하여 어린애들도 컴퓨터를 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세상이 바뀌는 것을 보면 너무 놀라 뒤로 자빠질 것 같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졌다. 나이 들었다고 내세울게 하나도 없다. 세상살이 문제없는 날이 없다. 눈 뜨면 기계와 살아야 하는데 기계로 사기 치는 사람들이 날뛰고 손가락 하나 잘못 움직이면 순식간에 사기를 당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사기를 당할 수가 있다. 그저 모른다고 안 하고 가만히 살면 좋은데 유혹도 많고 헛 점도 많아 그 틈을 타고 사기를 친다. 아이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도 겁나서 움찔하며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시골 사는 부모가 서울에 가면 어리둥절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세상이 다 컴퓨터화되어 컴퓨터를 못하면 돈이 있어도 돈을 못쓰고 어디를 가고 싶어도 못 가고 무엇을 먹고 싶어도 못 사 먹는 세상이 되었다. 무인 서비스가 되어 아이들은 쉽게 배우고 적응하며 사는데 나이가 들면 모든 게 어렵다. 모르기 때문에 의심하고 불안하고 두렵다. 뭐라도 고장 날까 봐 걱정이고 사기당할까 봐 아무것도 안 한다. 안 하다 보니 점점 바보가 되어서 할 줄 아는 게 없어진다. 나름대로 내 앞가림하고 잘 산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게 점점 힘들다. 아이들이 설명을 해도 금방 잊어버리고 딴소리하고 백번 가르쳐줘도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그래도 감정은 있어서 서운하고 민망하고 기가 막히다.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나 생각하며 다 늙어서 그렇다고 핑계를 댄다. 세상은 앞으로 달려가는데 나는 뒤로 돌아간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나는 다시 아이로 돌아가서 배우는 학생이 되고 주의를 듣는 아이가 되어 조심하고 편하게 사는 게 좋다.


문제가 생기면 골치 아프니까 아이들에게 물어보며 조용히 산다. 앞장서지 않고 맨 뒤에 서서 아이들 하는 것만 따라서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마음을 비워 내려놓고 욕심을 버리니 평화가 온다. 개성도 없어지고 하루하루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좋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고 그렇게 된다. 이게 바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현상 인가보다. 자연을 만나고 자연과 소통하다 보면 자연이 나에게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세상만사 거스르지 말고 물처럼 흐르라고 한다. 바람처럼 살라고 한다. 남을 바라볼 것도 없이 남을 의식할 필요 없이 남들이 뭐를 하던 내 길을 가라고 한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결국에 다 만난다고 급하게 가지 말라고 한다.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다 간다고 한다. 경쟁도 시기도 다 부질없다고 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다 보면 순서가 오고 빈 몸으로 날아가면 된다고 한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살다 보면 새처럼 가벼워 창공을 날아갈 것이다.


세상에 오래 있으려 할 필요도 없고 무엇을 굳이 하려 하지도 말아야 한다. 애쓰지 말고 되는대로 사는 게 최고의 삶이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가볍게 살자. 걱정 근심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으니 지금부터는 하늘도 보고 구름도 보며 작은 것이 주는 행복을 맛보며 살면 된다. 마음을 비우면 세상만사가 다 좋다. 죄 안 짓고 남에게 피해 주지 말고 내게 온 하루와 즐겁게 살아가면 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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